‘나도 피해자였다’는 말이 판결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

  • 등록 2026.01.27 22: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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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관점에서 중요한 건 범행사실
역할에 따라 주어지는 결과도 달라

 

‘나는 피해자인데, 왜 여기 갇혀 있어야 하지?’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수용시설에 들어가게 된 사람들 중 일부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상선의 지시에 따라 계좌를 제공하거나 현금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러한 행위가 범죄 조직의 구조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억울한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범죄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형사 재판에서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조직적이고 분업적인 구조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단순 전달책이나 계좌 명의자라 하더라도 범죄 실행 과정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따라서 “몰랐다”거나 “나도 속았다”는 주장만으로 책임이 쉽게 부정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미 유죄 판결이 선고되어 수용시설에 있는 경우라면, 이후 절차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형이 확정된 이후에는 항소나 상고와 같은 통상적인 불복 절차를 활용할 수 없고, 재심이나 비상상고 등 매우 제한적인 절차만 남게 된다. 

 

보이스피싱 사기 사건의 경우 법원은 이를 조직적 민생 범죄로 보고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가 많고 범행이 반복적이며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법원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실형을 전제로 양형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부분의 양형 사유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이미 충분히 고려된다. 따라서 새로운 사정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형이 과하다는 주장만으로 판단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사건이라고 해서 모든 사건이 동일하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판결문들을 살펴보면 가담 정도나 범행 인식 범위에 비해 책임이 과도하게 평가된 사례가 문제가 된 경우도 더러 있다.

 

예를 들어 단순 전달 역할에 머물렀음에도 공동정범으로 인정되었거나, 실제로 관여하지 않은 피해 금액까지 책임 범위에 포함된 경우라면 법률적으로 다시 검토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문제 제기는 단순한 억울함의 호소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판결문을 중심으로 사실 인정과 법률 적용이 적절했는지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이후 절차에서 다툴 실질적인 쟁점이 존재하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건을 무조건 다시 다투는 것이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사정이나 법률적 쟁점이 없다면 동일한 주장 반복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형 집행 단계에서의 생활 태도와 교정 과정이 이후 판단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교정시설 생활은 대부분 기록으로 남는다. 이러한 기록은 향후 가석방 심사나 행형 관련 판단 과정에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생활 태도, 규율 준수 여부, 교정 프로그램 참여, 교정 공무원 및 다른 수용자와의 관계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또한 반성문이나 진술서 역시 형식적인 표현보다는 범행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보여주는 내용이 중요하게 고려된다. 억울함만을 강조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내용은 반성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수용 중인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막연한 기대나 감정적인 판단이 아니라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일이다. 법적으로 다시 검토할 여지가 있는지, 아니면 형 집행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인지 차분하게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이길상 변호사 suwon@veteran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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