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앞두고 재산을 친족 명의로 이전했다면…법원 판단은

  • 등록 2026.01.29 10: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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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명의 이전해도 재산분할 대상

 

이혼을 앞두고 배우자가 재산을 친족 명의로 옮겼다면 법원은 이를 그대로 인정할까. 외도를 저지른 남편이 이혼 이야기가 나오자 재산을 가족 명의로 이전했다며 한 여성이 법률 상담을 요청했다.

 

지난 28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따르면 결혼 15년 차 맞벌이 부부인 A씨는 남편과 함께 아들을 키우며 생활해왔다.

 

A씨는 “맞벌이로 성실하게 살아 집 한 채와 남편 명의의 오피스텔, 예금까지 마련해 노후 걱정은 없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남편의 행동이 달라졌고 결국 외도 사실이 드러났다. 남편은 회사 직원과 잠시 만났을 뿐이라며 책임을 부인했고 오히려 이혼을 요구했다.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 남편 명의의 수익형 오피스텔은 친형 명의로 이전됐고, 차량은 시어머니 명의로 바꼈으며, 예금 대부분도 누나 계좌로 송금된 사실이 확인됐다.

 

A씨는 “이혼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재산을 정리하고 있었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지만 남편은 “이미 내 재산이 아닌데 나눌 게 없다”며 재산분할을 거부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재산분할은 단순히 재산의 명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민법 제839조의2는 부부가 혼인 중 협력해 형성한 재산을 기준으로 분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재산분할 제도의 본질을 혼인 중 취득한 공동재산의 청산에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민법 제839조의2의 재산분할 제도는 혼인 중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 있는 경우 법원은 그 형성 과정과 기여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다른 일방이 그 유지나 증식에 협력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대법원 선고 97므1486, 97므1493)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판례는 혼인 중 형성된 실질적인 공동재산이라면 명의가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법원은 배우자가 “이미 내 재산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더라도 ▲재산 형성 경위 ▲혼인 기간 중 기여도 ▲재산 이전 시점과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혼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배우자가 재산을 계속 처분할 우려가 있다면 처분금지가처분이나 가압류 같은 보전처분을 통해 재산을 묶어둘 수 있다.

 

부동산의 경우 처분금지가처분을 통해 명의 이전이나 담보 설정을 제한할 수 있고, 예금이나 매각대금 등 금전 채권은 가압류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본안 판결 전에 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조치다.

 

이미 재산이 친족 명의로 이전됐다면 사해행위 취소 소송이 문제된다. 민법 제839조의3은 배우자가 재산분할청구권 행사를 해할 것을 알면서 재산을 처분한 경우 상대방이 그 행위를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민법 제406조의 채권자취소권 규정이 준용되며 제소 기간은 처분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5년이다.

 

실제로 이혼을 앞두고 친족에게 예금이나 부동산을 이전한 행위에 대해 법원이 증여 또는 가장변제로 보고 사해행위 취소와 가액배상을 인정한 사례도 적지 않다.

 

또 배우자의 외도가 입증될 경우 재산분할과 별도로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 민법은 재판상 이혼에서 상대방의 부정행위가 인정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외도에 따른 위자료 청구와 재산분할 청구는 서로 다른 법적 근거에 따라 병행할 수 있다.

 

배 변호사는 “이혼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부동산이나 예금 차량을 친족 명의로 이전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재산분할 회피 시도”라며 “법원은 명의 이전 자체보다 그 실질과 목적을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산 처분 정황이 보이면 가처분 등 보전처분으로 추가 유출을 막고 이미 이전된 재산은 사해행위 취소를 통해 되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승연 기자 news@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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