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변: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강 조은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최근 대법원에서 선고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가 대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힌 사례입니다. 54세 남성이 구직 사이트를 통해 채권추심 아르바이트에 지원해 약 13차례에 걸쳐 2억800만원을 수거한 사건입니다.
정변: “코로나로 대출금 회수 업무가 늘어 직원을 모집한다”는 설명을 듣고 합법적인 채권추심이라고 믿었다는 주장인데요. 하지만 채용 과정과 업무 방식 전반이 일반적인 형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점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조변: 1심은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코로나 시기 비대면 채용이 확산된 점, 피고인이 본인 명의 체크카드로 비용을 결제하는 등 흔적을 남긴 점 등을 근거로 고의가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정변: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는데요. 실질적으로는 유죄 취지의 판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정황과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조변: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요소는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채용 경위의 정상성, 근로계약서 존재 여부, 현금 수거 방식, 피해자와의 접촉 방식, 제3자 명의 사용 여부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피고인의 나이와 경력, 사회 경험까지 판단 요소로 포함됐습니다.
정변: 이 사건에 이를 적용해 보면 여러 이상 징후가 확인됩니다. 대면 면접이나 근로계약서 작성 없이 채용이 이뤄졌고, 신원 확인이나 보증 절차도 없었습니다. 고액 현금을 다루는 업무임에도 기본적인 관리 절차가 전혀 없었던 점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또한 업무 지시는 텔레그램을 통해 이루어졌고, 가명 사용 정황도 있었습니다.

조변: 자금 처리 방식도 중요한 판단 근거였습니다. 수거한 현금을 ATM에서 일정 금액으로 나눠 타인 명의 계좌로 송금했는데, 이러한 방식은 일반적인 금융 거래라기보다 자금 은닉이나 세탁 방식과 유사하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정변: 피해자를 만나기 직전에 인상착의를 전달받는 점, 현금을 받으면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도 비정상적인 요소로 평가됐습니다. 또한 수거 금액 일부를 별도 정산 없이 사용하는 방식 역시 통상적인 고용 관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였습니다.
조변: 피고인의 반복된 행동 패턴도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약 3주 동안 다수 피해자로부터 반복적으로 거액을 수거하면서도 별다른 의심 없이 계속 업무를 수행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정변: 특히 피고인은 제약회사와 건축자재 유통회사 등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러한 사회 경험을 고려할 때, 해당 업무의 비정상성을 인식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조변: 결국 이 판결은 단순히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별 사정보다는 전체적인 정황과 객관적 상황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입니다.
정변: 특히 채용 과정, 업무 방식, 금전 처리 구조 등에서 일반적인 사회 통념과 현저히 다른 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이를 인식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