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을 권유하던 보험설계사가 통화 종료 후 고객을 향해 욕설을 퍼부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형사 고소나 처벌이 가능한지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행 법리상 형사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4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제보자 A 씨는 지난달 22일 보험설계사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받았다.
제보자 A씨는 보험설계사와 통화하던 중 휴대전화 자동 업데이트로 전원이 꺼졌고 이후 음성사서함에 저장된 메시지를 통해 설계사가 "멍청한 XX네. 전화를 씨. 알았다고 했는데 XX이 또 물어봤겠지 딴 사람들한테. 그런 XX는 안 하지"라며 혼잣말처럼 내뱉는 음성을 확인했다.
이어 "이 XX 웃긴다. 바로 끊어버리더구먼. 전화도 안 받아. 판단력 흐린 이런 XX들은 권유하지도 말아야 해. XX, XX들"이라며 욕설을 쏟아냈다.
설계사는 통화가 끊긴 사실을 고객의 의도적인 거절로 오해했고 실시간 음성 메시지 기능이 작동 중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
A 씨는 보험회사 측에 항의했고, 관계자는 여러 차례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보험설계사는 "녹음이 됐나요?"라는 반응만 보일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보험사는 해당 설계사에 대해 2일간 정직 처분을 내리고 추가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A씨에게 2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보상안으로 제시했으나, A씨는 이를 거절하고 소송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해당 발언이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에 해당하는지다.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해야 성립하는 범죄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인 ‘공연성’이 핵심 요건이다.
대법원은 발언이 직접 다수에게 전달되지 않았더라도 제3자에게 전파될 개연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대법원 2020도5813).
다만 특정 1인에게만 전달된 발언이고 외부로 퍼질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는 공연성이 부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번 사건처럼 욕설이 고객 개인의 음성사서함에만 저장돼 전달된 경우,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판례에서도 문자메시지나 1대1 통화 과정에서 나온 모욕적 표현에 대해 공연성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가족이나 동승자가 스피커폰이나 차량 블루투스를 통해 함께 들은 정황이 있거나 설계사가 제3자에게 동일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 고소를 하더라도 혐의없음 처분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명예훼손죄 성립 역시 쉽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문제의 발언은 ‘멍청하다’는 등 경멸적 표현이 주를 이루고 있어 사실 적시보다는 모욕의 영역에 가깝고, 설령 일부 평가적 사실이 포함됐다고 하더라도 공연성 요건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법무법인 민의 박세희 변호사는 “음성메시지 자체의 위법성도 쟁점이 될 수 있으나 처벌 가능성은 낮다는 해석이 우세하다”며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청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상대방이 자신에게 남긴 음성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경우까지 곧바로 위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실무와 판례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자에게 전달된 음성을 보관한 것에 불과해 증거로 제출할 여지는 충분하지만, 이를 온라인이나 SNS 등에 공개할 경우에는 별도의 인격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형사처벌이 어렵더라도 민사상 책임을 묻는 길은 열려 있다. 박 변호사는 “욕설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면 민법상 불법행위를 근거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욕설의 수위와 발생 경위,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손해의 정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