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돌려주려 했을 뿐인데”… 2천원 꺼냈다가 ‘전과자’ 된 요양보호사

  • 등록 2026.02.09 11:34:38
크게보기

점유이탈물 횡령 사후 반환해도 처벌
‘불법영득의사’ 인정되면 처벌 불가피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50대 요양보호사 A씨는 지난해 5월 17일 밤 서울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 승강장에서 카드지갑 하나를 발견했다.

 

막차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A씨는 일단 지갑을 집으로 가져갔다. 다음 날 아침 분실 장소 인근 우체통을 찾았다.

 

지갑 안에는 카드와 함께 현금 2천원이 들어 있었다. 일부러 주인에게 지갑을 돌려주려고 교통비를 들여 현장까지 온 터라 A씨는 ‘거마비 정도는 받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현금 2천원을 꺼냈고 지갑은 그대로 우체통에 넣었다.

 

그러나 두 달 뒤인 지난해 7월, A씨는 CCTV를 확인한 지하철경찰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우체통에 넣은 지갑이 즉시 주인에게 전달되지 않고 우체국에 보관돼 있었던 것이다.

 

A씨는 즉시 수사관을 통해 현금 2천원을 반환했다. 지갑을 되찾은 주인 역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를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점유이탈물횡령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 여부가 좌우되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국가가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하지만, 점유이탈물횡령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위원회는 즉결심판을 청구했고,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벌금 5만 원을 선고했다. 일반적인 전과기록으로 남지 않지만 전력이 알려질 경우 공무직 임용 등에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판례의 입장도 명확하다. 습득자가 유실물 안의 현금을 꺼내 자기 몫으로 취득한 행위는 그 금액에 한해 권리자를 배제하고 자기 소유물처럼 처분하려는 의사, 즉 불법영득의사가 외부로 드러난 것으로 본다.

 

이후 돈을 반환하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범죄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2024년 부산지방법원은 점유이탈물횡령 사건에서 “유실물의 일부를 취득하거나 본래 장소와 다른 곳에 유기한 경우 영구적 취득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더라도 불법영득의사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부산지방법원 2024노1000)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유실물 보상은 유실물법에 따라 반환 절차 속에서 협의로 정해지는 것이지 습득자가 임의로 현금을 떼는 방식은 법적으로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한다.

 

A씨는 지갑을 돌려주려 했던 행위가 범죄로 기록됐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경찰에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는 원론적인 설명뿐이었다.

 

A씨는 “주인에게 지갑이 무사히 돌아가기만을 바랐는데 판단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범죄자 낙인을 찍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수사 자료에는 지갑을 반환하려 한 정황이나 현금 반환 사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억울함을 키웠다.

 

경찰은 이에 대해 “수사 자료 누락은 없었으며, 형사 입건이나 검찰 송치 대신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회부한 것 자체가 가능한 범위 내의 선처였다”고 밝혔다.

 

다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선의의 습득자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현행 구조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김상균 변호사는 “불법영득의사를 엄격히 해석하되 반환 의사가 명확한 경우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적·민사적 해결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채수범 기자 ctrueseal@tsisalaw.com
Copyright @더시사법률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