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일상의 관심은 단순한 돌봄을 넘어선다. “오늘 학교는 어땠는지”, “힘든 일은 없었는지”를 묻는 평범한 대화는 아이의 생활을 지켜보는 가장 기본적인 보호 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모가 구속 상태에 놓일 경우 이러한 역할은 사실상 중단된다. 문제는 그 공백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드러난다는 점이다. 최근 교정시설 수용자 상담 과정에서는 자녀가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사례가 적지 않게 확인되고 있다.
구속 상태에서는 학교 방문이나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학교폭력 절차는 보호자의 상황과 관계없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진행된다. 사실관계 조사, 진술서 작성,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회부 여부 판단 등 주요 절차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보호자 부재가 곧 대응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심의위원회의 판단 역시 과거보다 엄격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감정적 대응이나 소극적 대응은 오히려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구속된 부모의 경우 무엇보다 ‘대리 보호자 지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우자나 조부모, 친척 등 가족 구성원 또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학교와 공식적으로 소통할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연락 주체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학교와의 의사 전달이 지연되거나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초기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대리 보호자가 정해진 이후에는 학생의 진술 내용과 사건 경위를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학교폭력 절차에서는 초기 진술과 기록이 이후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실관계가 왜곡되거나 일방적인 구조로 고착되지 않도록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폭력 사건은 피해·가해 여부와 관계없이 학생과 가족 모두에게 장기적인 영향을 남길 수 있다. 조치 결과가 학교생활기록부에 반영되는 경우 향후 진학이나 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안의 단계별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 방향을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부모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직접 학교를 방문하지 못하더라도 대리 보호자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대응 방향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자녀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문제는 개인 가정의 어려움을 넘어 제도적 사각지대와도 연결된다. 보호자가 구속된 가정의 경우 자녀 보호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별도의 지원 체계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학교와 교육당국이 보호자 부재 상황을 고려한 안내 체계와 지원 절차를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부모의 물리적 부재가 곧 학생의 권리 보호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구속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지만 부모의 책임까지 사라지게 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상황을 비관하기보다 현재 가능한 방식으로 자녀를 보호할 방법을 찾는 일이다. 부모의 역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이어질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