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로 생성한 이미지를 이용해 수억 원대 사기를 벌이고, 법원에까지 위조 이미지를 증거로 제출한 20대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김건)는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20대 A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투자금 등의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약 3억20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한 AI 플랫폼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해 의사 국가시험 합격 내역, 예금 거래 내역 등이 담긴 조작된 이미지를 만들어낸 뒤, 수십억 원대 자산을 보유한 의사 겸 사업가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는 구속영장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AI 이미지 생성 기능을 이용해 통장 잔고가 9억 원에 달하는 것처럼 꾸민 위조 이미지를 법원에 제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해당 이미지를 근거로 “피해금을 변제할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당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이 재산범죄와 문서 관련 범죄가 결합된 전형적 구조라고 설명한다. 투자금을 편취한 행위는 형법 제347조의 사기에 해당할 수 있고, 위조된 금융자료를 작성·제출한 행위는 형법 제231조의 사문서위조 및 제234조의 위조사문서행사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은행이나 기관의 전산시스템 기록을 위·변작한 경우라면 형법 제232조의2 사전자기록위작이 적용될 여지도 있다.
다만 단순 이미지 파일이나 화면 캡처물이 형법상 ‘문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안에 따라 다툼의 여지가 있다.
대법원은 위조 문서를 스캔해 이미지 파일로 전송한 경우에도 이를 진정한 문서처럼 사용했다면 ‘행사’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5200 판결).
위조문서행사에서 ‘행사’란 진정하게 성립한 문서인 것처럼 그 효용에 따라 사용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는 취지다.
반면 컴퓨터 화면에 일시적으로 표시되는 이미지 자체는 형법상 문서로 보기 어렵다는 판례 흐름도 존재한다. 결국 출력물로 제출됐는지, 전산 시스템에 입력돼 기록이 생성·변경됐는지 등 구체적인 제출 방식이 죄명 판단의 핵심이 된다.
반복되는 ‘소송사기’…대법 “단순 주장과 구별해야”
법원을 상대로 허위 자료를 제출해 유리한 판결을 받으려는 이른바 ‘소송사기’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2023년 서울북부지방법원은 대여금 청구소송에서 투자금 정산이 완료된 것처럼 허위 문서를 작성해 제출한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피고인 B씨는 대여금 청구소송이 제기되자 상대방에게서 빌린 돈을 갚지 않던 중 2018년 10월 2일 대여금 청구소송이 제기되자, ‘차용금이 아니라 투자금이었고 이미 2015년 10월 16일 정산이 완료됐다’는 취지로 주장하기 위해 ‘투자정리건’ 등 문서를 새로 작성했다.
그는 문서 하단 담당자란에 상대방 이름을 기재하고, 상대방이 다른 문서에 사용한 인감도장을 스캔한 이미지 파일을 삽입해 마치 상대방이 확인·동의한 문서처럼 외관을 갖춘 뒤 출력물로 만들어 법원에 우편 제출했다.
재판부는 “단순한 소송상 주장에 그친 것이 아니라 허위 내용의 서류를 위조해 증거로 제출함으로써 법원을 착오에 빠뜨려 대여금 채무를 면하려 한 적극적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며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사기미수 혐의를 인정했다.
대법원 역시 소송사기에 대해 엄격한 법리를 제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소송사기는 법원을 기망해 유리한 판결을 얻음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로, 피고인이 소송상의 주장이 명백히 허위인 것을 인식하였거나 증거를 조작하려고 한 흔적이 있는 등의 경우 외에는 이를 쉽사리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도1227 판결).
다만 허위 내용의 서류를 작성해 증거로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법원을 기망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도333 판결, 2017. 5. 30. 선고 2016도8577 판결).
A씨가 AI로 생성한 잔고증명 이미지 등을 법원에 제출해 신병 판단의 기초 자료로 삼게 했다면, 위조사문서행사와 별도로 사법 절차를 기망한 행위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지만 구체적인 제출 형태와 전산 기록 변작 여부 등에 따라 적용 법조는 달라질 수 있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AI로 만든 잔고증명이나 거래내역을 피해자나 법원에 제출해 재산적 판단의 기초로 삼게 했다면 사기죄 성립 가능성이 높다”며 “위조 자료가 종이 문서인지 전자기록인지에 따라 사문서위조 또는 사전자기록위작 적용 여부가 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제기했다. 검찰 관계자는 “AI 생성물 표시제가 도입됐지만 제재 수단이 미비해 현장에서 실효성이 낮은 측면이 있다”며 “금융 서류 등 악용 가능성이 큰 생성물에 대해서는 생성 제한이나 진위 확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AI 기술을 이용한 재산범죄와 사법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