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수와 유통 수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조직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 타이어나 형광펜 속에 마약을 숨기는가 하면 정부 지원금을 이용해 대마를 재배한 사례부터 구치소 내부로 마약이 유입된 사실도 확인됐다.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는 4일 출범 100일을 맞아 브리핑을 열고 최근 적발된 마약 범죄 사례와 수사 성과를 공개했다. 합수본은 “마약 은닉 방식이 매우 다양해졌고 밀수와 유통 범행도 점점 지능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 해외 밀수 조직 3곳이 적발됐다. 이들 조직은 동남아 중심의 국제 공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유럽과 북미 등으로 밀수 경로를 확대했다.
마약 은닉 방식도 치밀했다. 케타민을 형광펜 심지 속에 넣거나 필로폰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베이킹소다 제품으로 위장했다.
자전거 타이어 내부 화장품 용기 분말커피 제품 과자 봉지 등 다양한 물품에 마약을 숨겼다. 아기용 침대 프레임 속에 은닉한 사례도 확인됐다.
정부 지원금을 악용해 대마를 재배한 사례도 있었다. 중학교 동창인 A씨 등 2명은 2024년 스마트팜 창업 지원 사업을 통해 각각 5억 원씩 총 10억 원을 저리로 대출받았다. 이후 인천 강화군 부지를 매입해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농업 시설로 위장했다.
그러나 비닐하우스 아래에는 지하 벙커 형태의 대마 재배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는 LED 조명과 환기 장치 등 재배 설비가 갖춰져 있었다.
이들은 2025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청년 창업농 바우처와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받으며 대마 134주를 재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확해 보관하던 대마는 약 2.8㎏이었다. 일부는 야산에 숨겨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범행은 다크웹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수사관이 위장 거래 방식으로 접근해 신뢰 관계를 형성한 뒤 실제 마약 거래 정보를 확보했다. 이후 기관 간 교차 검증을 통해 인적 사항을 특정하고 법원의 영장을 받아 검거가 이뤄졌다. A씨는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3일 구속됐다.
수도권 구치소 3곳에 마약을 반입한 관련자들도 입건됐다. 한 출소자는 국제우편을 이용해 LSD를 구치소로 들여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LSD는 우표처럼 얇은 종이 형태의 마약으로 혀에 올려 녹여 흡수하는 방식이다. 필로폰과 달리 투약 흔적이 거의 남지 않아 국제우편을 통한 밀수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에는 대학생 연합동아리 ‘깐부’ 마약 사건의 주범도 연루된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본은 지난 100일 동안 마약 밀수 유통 재배 등 공급 사범을 집중 수사했다. 그 결과 124명을 입건하고 56명을 구속했다.
유형별로는 투약 42명 유통 27명 판매 23명 밀수 21명 재배 8명이다. 이 과정에서 필로폰 약 5.4㎏ 케타민 약 6.1㎏ 엑스터시 2557정 대마 162주와 8.3㎏이 압수됐다.
온라인을 통한 유통 방식도 확인됐다. 구매자가 딜러에게 돈을 보내면 딜러가 여러 전달책을 통해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긴다. 이후 구매자에게 위치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밀수 방식으로는 ‘바디패커’ 수법이 있었다. 이른바 지게꾼 역할을 하는 인물이 신체에 마약을 부착해 국내로 들여온 뒤 딜러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는 지난해 11월 21일 출범했다. 검찰 경찰 관세청 해양경찰 서울시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국정원 금융정보분석원 등 8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합수본은 기관 간 정보를 공유해 밀수 단계부터 국내 유통과 투약 단계까지 추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출입국 정보 분석 위장 거래 수사 CCTV 분석 등을 통해 공급 조직부터 말단 유통 사범까지 검거했다.
합수본 관계자는 “클럽과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마약 유통 단속과 예방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며 “해외로 도피한 마약 사범에 대해서도 신속한 송환을 추진해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