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체로부터 장기간 반복적으로 리베이트를 수수한 경우 이를 개별 행위가 아닌 ‘하나의 계속된 비위’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행정처분 시효는 마지막 수수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제약업체 영업사원들로부터 처방을 유도하는 대가로 총 10차례에 걸쳐 약 98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제66조 제6항에 따라 면허 자격정지 4개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행정처분 시효가 이미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의료법은 위반행위 발생일부터 5년이 지나면 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부 금품 수수는 시효가 지났고 나머지는 금액이 적어 경고에 그쳐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품 수수 행위가 일정 기간 이어졌고 동일한 목적 아래 반복된 점을 근거로 ‘하나의 계속적 비위 행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위 행위가 단절되지 않고 계속된 경우 처분 시효는 개별 행위 시점이 아니라 최종 행위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법리는 기존 판례에서도 확인된다. 서울행정법원은 2016년 판결에서 장기간 반복된 리베이트 수수를 하나의 계속적 위반으로 보고 최종 행위를 기준으로 시효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행정심판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단이 내려졌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형사재판에서 포괄일죄로 평가되더라도 행정처분 시효는 개별 행위를 기준으로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또한 형사재판 진행 기간은 시효 계산에서 제외됐다. 의료법은 공소 제기일부터 유죄 판결 확정일까지의 기간을 시효에 산입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최종 수수 시점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형사재판 기간을 제외하면 처분 당시 시효가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의 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