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원 줄게요, 할부 되나요”…속옷 훔친 남성 집행유예

  • 등록 2026.03.24 16: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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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차례 침입…귀가 3분 전까지 집 안 머물러
재판부 “직접 마주치지 않아 공포 의도 인정 어려워”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침입해 여성 속옷을 훔친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4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경북 안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주거침입 사건과 관련해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지난해 5월 3층 베란다 창문을 통해 여성 2명이 거주하는 집에 침입해 속옷을 뒤지거나 냄새를 맡은 뒤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범행 당일 하루 동안 세 차례나 집에 드나든 것으로 조사됐으며 피해자가 귀가하기 불과 3분 전까지도 집 안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이후 피고인 측은 합의를 시도했으나 피해자 측은 이를 거절했다. 피해자는 “합의를 거부하자 금액이 적어서 그런 것이냐며 원하는 금액을 물었고, 500만 원밖에 없는데 할부가 가능하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재판부에서는 그걸 다 이해해 주시더라. 판사님이 ‘집에 사람이 없어 직접 마주치지 않아 불안감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그 말이 오히려 ‘마주쳤어야 더 큰 처벌이 가능했느냐’는 의미로 들렸다”고 토로했다.

 

1심 재판부는 주거침입 및 주거수색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스토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피해자들이 집에 없는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졌고,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등 상대방을 전제로 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스토킹 범죄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본 판단이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가 지속·반복돼야 성립하는데, 단순한 주거침입과 절취 행위만으로는 해당 요건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양형 사유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각각 250만 원씩 공탁금을 납부한 점을 유리하게 고려했다. 또한 알코올 의존증이 있고 범행 당시 만취 상태였다는 주변 진술, 벌금형 외 중한 전과가 없는 점, 우울장애가 있다는 점 등을 참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공탁은 피해자와의 합의와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지만, 법원은 이를 실질적 피해 회복으로 보고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하는 경향이 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더라도 공탁이 이뤄진 경우 감경 사유로 고려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피고인은 별도의 사과 없이 반성문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이후에도 피고인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며 동일한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피해자들은 거주지를 떠나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피해자들은 “합의를 하지 않았는데 반성문만으로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며 “법이 왜 피해자를 대신해 용서하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는 피해 회복 측면에서 아쉬움을 지적했다.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전제돼야 한다”며 “피해자가 보호받고 있다는 확신을 느끼기 어려운 상황은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희원 기자 chw1641@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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