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굳어진 ‘불법 대출 개업’...파장 의료계 향하나

  • 등록 2026.03.27 23:39:19
크게보기

의사 215명 1000억대 사기 벌여
비슷한 대출 사기 행각 반복 적발
의료계 위해서라도 개혁 나서야

 

병원 개업 과정에서 브로커를 통해 1000억원대 불법 대출을 받은 의사 215명이 무더기 입건되면서 여파가 의료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유죄가  현실이 되면 대규모 면허 취소가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의사 215명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개인 병원을 열기 위해 브로커에게 일정 기간 돈을 빌려 예금잔고를 부풀리고 1200억원 상당의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받아낸 혐의를 받는다.

 

일부 의사는 대출금을 아파트 구매 등에 사용한 정황이 확인돼 경찰은 계좌 추적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허위 잔고 증명 발급을 돕고 대출금의 2.2%를 수수료로 챙긴 브로커 1명도 함께 조사 중이다.

 

해당 브로커는 ‘병원 개업 컨설팅’을 내세워 “의료인 상당수가 이런 방식으로 개업 자금을 마련한다”고 홍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신용보증기금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보는 예비 창업자에게 최대 10억원까지 대출을 지원하는 보증서를 발급하는데, 5억원 이상 보증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 자금이 요구된다.

 

적발된 의사들은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잔고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것으로 조사됐다.

 

 

유사한 방식의 대출 사기 사건은 이전에도 반복돼 왔다. 2020년 한의사들이 허위 자금 증빙을 통해 200억원대 신보 대출을 받은 '광덕안정 사건'은 현재 재판 진행 중이다. 핵심 인물인 대표 주씨는 징역형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서울 송파경찰서는 잔고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약 7억4000만원을 대출받은 한의사와 브로커 등을 검찰에 넘겼다.

 

해당 병원은 개업 2년 만에 부도나 신용보증기금은 상당한 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범죄를 넘어 의료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023년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업무상 과실치사상을 제외하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어 대규모 행정 처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법무법인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신용보증기금 제도는 창업 지원을 위한 장치지만 일부에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금융과 의료가 결합된 구조적 문제인 만큼 브로커 단속과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희령 기자 bright@tsisalaw.com
Copyright @더시사법률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