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먹고 운전해도 처벌될까… ‘약물운전’ 기준 없는 단속 시작

  • 등록 2026.03.29 10: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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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운전 어려우면 위반” 모호한 기준에 운전자 혼란

 

오는 4월 2일부터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약물운전’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된다. 경찰의 단속 권한도 확대되지만, 어떤 약을 어느 정도 복용하면 처벌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아 현장 혼선이 예상된다.

 

29일 정부는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을 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했다. 여기에 ‘측정 불응죄’를 신설해 경찰의 약물 측정 요구를 거부할 경우에도 동일한 수준의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개정 이전에는 경찰이 운전자의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동의가 없을 경우 영장을 발부받아 채혈해야 하는 등 절차적 제약이 컸다. 그러나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타액 간이시약검사 등 방식으로 경찰이 직접 측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운전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

 

 

다만 처벌 기준을 둘러싼 불명확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음주운전이 혈중알코올농도라는 수치 기준에 따라 처벌되는 것과 달리, 약물운전은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한 상태인지’ 여부가 판단 기준이다.

 

특정 약물의 종류나 복용량보다 약물로 인해 실제 운전에 지장이 있었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기존 법 체계에서도 약물운전 금지 규정은 존재했다.

 

도로교통법 제45조는 약물 등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의 운전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과 함께 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처분이 가능했다. 다만 음주운전과 달리 ‘측정 불응’에 대한 별도 처벌 규정은 없었다.

 

약물의 범위 역시 법률과 하위 규정에 따라 정해져 있다.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과 행정안전부령으로 지정된 물질이 포함되며, 시행규칙에서는 환각물질을 운전 금지 약물로 규정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약 490종이 대상에 해당한다.

 

문제는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의약품이다. 감기약이나 알레르기약 등은 원칙적으로 금지 약물에 포함되지 않지만, 복용 후 졸음이나 판단력 저하 등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라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항히스타민 성분은 졸음을 유발해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약사회는 디펜히드라민, 클로르페니라민, 독실아민 등 1세대 항히스타민제를 ‘운전 금지 수준’ 약물로 분류하고 있다. 복용 이후 운전 시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명확한 농도 기준 없이 단속이 이뤄질 경우 현장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기관은 약물 복용 이후 이상 행동이 있었는지, 실제 운전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이지만 개인별 반응 차이가 큰 만큼 판단 기준이 일관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찰청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혈중 농도 기준 도입과 운전 금지 기준 설정을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대검찰청과 의료계, 약학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참여해 기준 마련을 검토 중이다.

 

다만 약물 종류가 다양하고 개인별 반응이 다른 점을 고려하면 일률적인 기준 설정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이번 개정은 특정 약물 자체를 금지하기보다는 약물 복용 이후 운전 가능 상태에 대한 책임을 운전자에게 보다 강하게 부과하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단순히 약물이 검출됐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약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처벌하는 것”이라며 “복용 후 몸 상태에 이상이 있다면 운전을 하지 말자는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약물운전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기 전까지는 운전자 스스로 주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며 "약 복용 후 졸림이나 어지러움이 나타난다면 운전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보라 기자 booora@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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