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숯불 살해 80대, 무기징역서 징역 7년 감형…‘살인 고의 없다’

  • 등록 2026.04.21 16:06:35
크게보기

항소심, 살인→상해치사 변경…
미필적 고의 인정 안 돼

 

조카를 숯불로 숨지게 한 8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가 부정되며 무기징역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정승규)는 A씨(80)에게 적용된 살인 혐의를 상해치사로 변경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의 무기징역이 크게 줄어든 결과다.

 

함께 기소된 A씨의 자녀와 신도 등 공범 4명 역시 죄명이 상해치사로 바뀌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5년부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1심에서 징역 20~25년을 선고받았던 형량과 비교해 대폭 낮아졌다.

 

또 살인방조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2명에 대해서도 상해치사방조로 변경돼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이번 항소심 판단의 쟁점은 살인의 고의 인정 여부였다. 살인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의사까지 가지고 범행에 나섰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수익을 독점하기 위해 피해자를 제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절박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오랜 기간 무속인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행위에 효과가 있다고 믿어온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범행 동기를 경제적 이익이나 갈등 해결 목적의 살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다만 행위의 위험성은 명확히 인정됐다. 숯불 열기를 장시간 가하는 방식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행위로 최소한 신체를 해칠 의도는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상해의 고의는 인정되지만 사망 결과까지 의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상해치사를 적용했다.

 

살인죄는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가능하지만 상해치사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 범위가 달라진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위험하고 결과가 중대해 책임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왜곡된 신앙에 따른 범행 경위와 유족의 선처 의사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2024년 9월 인천 부평구 한 음식점에서 ‘악귀를 퇴치한다’는 명목으로 조카 B씨를 철제 구조물에 가둔 뒤 약 3시간 동안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 날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무속 행위를 내세워 신도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해 온 정황도 확인됐다.

최희원 기자 chw1641@tsisalaw.com
Copyright @더시사법률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