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전처 못 잊은 남편…이혼 사유 될까

  • 등록 2026.04.22 10: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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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연 적 없다” 발언에 아내 고통 호소
법원, ‘비교·비난 반복’ 여부 판단 기준

 

전처를 잊지 못한 채 재혼 생활을 이어온 이른바 ‘정서적 외도’가 혼인 파탄 사유로 인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0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전처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남편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아내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첫 결혼 1년 만에 배우자와 사별한 뒤 홀로 지내다 지인의 소개로 현재의 남편을 만나 재혼했다. 남편은 이혼 후 어린 딸을 홀로 양육하고 있었고, A씨는 아이와의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후 두 사람 사이에서도 자녀가 태어나며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남편은 육아 과정에서 A씨에게 “왜 이렇게 못하느냐”고 비난하거나 “첫째는 그렇게 육아키우지 않았다”며 전처와 비교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또한 “전처는 잘했다”는 말을 습관처럼 꺼내며 A씨에게 상처를 줬다.

 

일상생활에서도 전처와 비교를 했다. 남편은 옷차림과 생활 방식에 대해서 지적했고, 자녀가 있는 자리에서도 이를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아이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감정을 억누른 채 상황을 견뎠다고 밝혔다.

 

경제적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있었다. 첫째 자녀의 교육비 부담이 커지자 A씨가 전처로부터 양육비를 받고 있는지 묻자 남편은 격하게 반응했고, 이후 수개월간 대화를 단절하는 등 냉랭한 태도를 보였다.

 

갈등이 반복되자 A씨는 남편에게 “이럴거면 나랑 왜 결혼했냐 성격차이로 이혼했다면서 진짜 이혼사유가 뭐냐” 물었고, 남편은 “전처의 외도로 이혼했지만 미움보다 그리움이 더 크다”며 “재혼 후에도 전처를 잊은 적 없고 A씨에게 마음을 연 적도 없다”고 털어놨다.

 

A씨는 “함께 살면서도 10년 넘게 전처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뜻”이라며 “차라리 몰래 만나거나 연락이라도 했다면 이해하려 했겠지만, 지금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배우자가 전처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채 장기간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반복적인 비교와 비난으로 정신적 고통을 줬다면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교와 비난이 인격 침해 수준에 이르면 민법 제840조 제3호의 ‘심히 부당한 대우’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단순한 미련에 그치고 혼인생활이 유지되는 경우 제6호 사유로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배변호사는 “정서적 외도가 민법 제840조 제1호 ‘부정한 행위’로 인정되려면 연락이나 만남 등 외형적 행위가 수반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별도의 교류가 없는 경우 적용은 제한적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입증을 위해서는 비교·비난 발언이 담긴 녹음이나 문자, 가족 및 지인의 진술, 상담 기록, 정신과 진료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통상 이혼과 함께 위자료를 청구하고, 사안에 따라 제3호와 제6호를 함께 주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조언했다.

성기민 기자 winni@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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