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노동시간 1739시간 전망…주 4.5일제 논의 본격화

한국 노동시간 OECD 37개국 중 6위
주 40시간 노동자 비중 53.1%...

 

정부가 주 4.5일제 도입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의 연간 실노동시간이 2030년 1739시간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제시한 ‘2030년 1700시간대 진입’ 목표와 같은 흐름의 전망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감소세가 앞으로도 같은 속도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함께 제기됐다.

 

그동안의 노동시간 단축은 주 40시간을 넘겨 일하는 장시간 근로 비중이 줄어든 영향이 컸지만 이미 장시간 근로 비중이 상당 부분 낮아진 만큼 추가 제도 개선 없이는 같은 속도의 감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5일 고용노동부가 발주하고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수행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마련을 위한 노동시간 제도개선 포럼’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30년 연간 노동시간은 1739시간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주 40시간제 시행 이후 추가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한 결과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2017년 1996시간에서 2024년 1859시간으로 137시간 줄었다”고 분석했다.

 

노동시간 감소에는 주 5일제와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 이후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장시간 근로 비중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법정근로시간과 주 52시간 상한제가 장시간 노동 관행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정부는 2024년 기준 1859시간인 한국의 실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인 1700시간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시간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높은 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 회원국 중 6위였다.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이스라엘만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길었다.

 

독일의 연간 노동시간은 1294시간, 네덜란드는 1367시간, 프랑스는 1390시간으로 한국보다 훨씬 적었다. 일본은 163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낮았고 미국은 1810시간으로 평균보다는 높았지만 한국보다는 적었다.

 

보고서는 한국의 노동시간이 긴 배경으로 전일제에 쏠린 근로시간 구조를 지목했다.

 

한국은 주 40시간 노동자 비중이 53.1%로 절반을 넘는다. 반면 독일은 30.9%, 프랑스는 12.5%, 영국은 15.9%에 그쳤다. 유럽연합 국가 가운데 한국처럼 주 40시간 노동자 비중이 절반을 넘는 곳은 룩셈부르크와 포르투갈 정도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씩 일하는 방식이 굳어지면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주 40시간에 집중된 근로시간 형태가 노동시간 단축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휴가 사용 문화에서도 차이가 컸다. 한국은 여름 휴가철 휴가 사용 비중이 3%에 그친 반면 유럽 주요국은 50% 안팎에 달했다. 유럽에서는 여름휴가를 장기간 사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반면 한국에서는 연차휴가를 몰아 쓰기 어려운 분위기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연차유급휴가는 출근율과 근속기간에 따라 발생한다. 1년간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는 15일의 연차휴가가 부여된다.

 

그러나 제도상 휴가가 보장돼 있더라도 실제 사용률이 낮으면 실노동시간을 줄이는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주 4.5일제의 법적 쟁점은 도입 방식에 따라 갈린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 근로시간을 40시간, 1일 근로시간을 8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당사자가 합의하면 1주 12시간 한도에서 연장근로가 가능하고 연장·야간·휴일근로에는 통상임금 기준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주 소정근로시간을 40시간에서 36시간 등으로 줄이는 방식이라면 실제 일하는 시간은 줄지만 임금 보전 여부, 취업규칙 변경, 근로계약 조정 등이 쟁점이 된다.

 

반면 주 40시간은 유지하되 근무일만 4.5일로 줄이는 압축근무제 방식이라면 하루 8시간을 넘는 근무가 발생할 수 있어 연장근로 합의와 가산임금 지급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법원은 연장근로 한도 위반 여부와 관련해 ‘1주 12시간 초과 여부’는 각 근로일의 8시간 초과분을 단순 합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1주 40시간을 초과한 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주 4.5일제 설계 과정에서 실제 근로시간 산정 방식과 연장근로 관리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들 제도 역시 특정일·특정주의 근로시간 상한, 사전 통보, 임금 보전, 연속 휴식시간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

 

주 4.5일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기업이 근로시간을 임의로 재배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포괄임금이나 고정 초과근무수당 방식과 충돌할 소지도 있다. 대법원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데도 포괄임금 약정으로 법정수당을 대체하면서 실제 지급액이 법정 기준에 미달하면 부족분 지급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 4.5일제 도입 과정에서 고정 초과근무수당으로 근로시간 조정을 처리하려 할 경우 사후 정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보고서는 “그간 우리나라 연간 노동시간 감소는 대부분 주 40시간 초과 장시간 근로 비중 감소에서 비롯됐다”며 “과거에 비해 장시간 노동 비중이 대폭 감소한 현재 추가적인 단축 노력 없이는 감소세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시간 형태에 대한 선택 범위를 넓히고 근로시간 산정 단위를 확대하는 방향도 검토해야 한다”며 “연차휴가 소진을 높이고 가족 돌봄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일을 쉬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9월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을 출범시킨 뒤 같은 해 12월 노사정 공동선언과 로드맵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지난 4월 8일에는 포괄임금 오남용을 막기 위한 지도 지침도 내놨다.

 

고정 초과근무수당을 약정했더라도 실제 근로에 따른 수당이 더 많으면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고용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