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수감자들을 상대로 서신·잡지·물품 대행 등을 심부름 해주는 이른바 ‘수발업체’에 선불금을 맡겼다가 환불을 받지 못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업체가 폐업하거나 이름을 바꿔 영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기존 고객의 잔액 환불 책임을 둘러싼 분쟁도 불거지고 있다.
5일 제보자에 따르면 수용자 A씨는 모 스포츠 일간지 광고를 보고 한 수발업체를 이용했다. A씨는 출소를 3주가량 앞두고 업체에 맡겨둔 선불금 200만원 중 남은 금액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환불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문제를 제기한 업체는 기존에 ‘수발업체 B’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곳이다. 이후 업체명은 ‘수발업체 C’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같은 주소에서 업체명만 바꿔 다시 광고가 나오고 있다”며 “저와 같은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보했다”고 밝혔다.
A씨가 보내온 업체 측 편지에 따르면 수발업체 C 측은 “현재 저희 업체는 기존 운영자 D씨와 더 이상 관련이 없다”며 “저희가 인수하면서 사업자명도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운영자 D씨가 갑자기 체포됐다”며 “환불은 어렵고 저희 업체에서 환불해 드릴 의무도 없다”고 밝혔다.
또 업체 측은 “기존 운영자 D씨가 체포 전 입금된 모든 돈을 횡령했다”며 “지금 저희 입금 장부에는 A씨의 입금 내역이 없다. 기존 운영자 D씨 개인통장으로 들어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소를 진행하실 경우 기존 운영자 D씨를 상대로 진행해주시기 바란다”며 “D씨 구속 이전까지의 자금은 모두 개인적으로 사용된 상태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잔액은 산정하면서도 “200만원은 기존 운영자에게 받아야”
A씨가 받은 회신에는 일부 금액 산정 내용도 포함됐다. 업체 측은 “4월 22일 회신료 5000원을 차감한 뒤 잔액은 173만7200원”이라고 설명하면서도 “200만원에 대한 금액은 기존 운영자 D씨 쪽으로 따로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안내했다.
A씨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존 운영자가 구속됐다는 사실도 몰랐고 업체는 같은 주소에서 계속 운영되고 있다”며 “스포츠신문에는 업체명만 바뀐 광고가 다시 나오는데 기존 피해자에게는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업체 측 말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던 사업자를 왜 인수했는지도 의문”이라며 “업체 안내를 받고 계좌로 입금했는데 이제 와서 자기 사업자로 들어온 돈이 없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발업체 관련 분쟁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시장 구조 변화도 있다. 수발업체는 교도소 내 수형자를 대신해 도서·잡지 구매, 서신 전달, 각종 외부 심부름을 대행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특히 2013년 전후 출소자들이 창업에 나서면서 시장 규모가 커졌고 일부 업체는 교정시설 안팎을 연결하는 비공식 창구처럼 운영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법무부 제재 등으로 과거처럼 조직적으로 운영되던 업체 상당수가 사라진 상태다.
업계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업에 뛰어든 출소자들이 운영난을 겪다가 폐업하거나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선불금을 받은 뒤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거나 잔액을 돌려주지 않은 채 업체명을 바꾸는 방식의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업체명이 바뀌거나 운영자가 달라진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업체와 새 업체가 실제로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이어가면서도 “사업자가 다르다”는 이유로 기존 고객의 환불 요구를 거절하면 피해자는 누구를 상대로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명의 변경인지 영업양수인지 따져봐야...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새 업체가 기존 업체의 영업을 실질적으로 넘겨받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면 단순한 명의 변경인지 영업양수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기존 운영자와 새 운영자 사이의 관계, 인력 구성, 광고 방식, 계좌 안내 주체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법 제42조는 영업을 양수한 사람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제3자의 채권에 대해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부에서 볼 때 같은 업체가 계속 영업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고객 보호 차원에서 새 운영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다는 취지다.
다만 새 업체가 기존 업체와 전혀 별개의 사업자이고 기존 채무를 인수하지 않았다는 점이 명확하다면 책임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피해자는 기존 운영자를 상대로 직접 민·형사 절차를 진행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곽 변호사는 “상호가 완전히 같지 않더라도 영업 장소, 연락처, 광고 방식, 고객 대응, 인력 구성 등이 이어졌다면 법적 책임을 따져볼 여지가 있다”며 “피해자는 광고물, 계좌 안내 내역, 상담 기록, 편지, 주소지, 연락처 등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업체 안내를 믿고 입금했지만 실제 돈이 기존 운영자 개인 계좌로 들어간 구조라면 누가 해당 계좌를 안내했는지, 새 운영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기존 고객의 선불금 내역을 인수 과정에서 확인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불금을 받고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거나 환불을 회피한 경우 사안에 따라 사기나 횡령 혐의도 문제 될 수 있다.
처음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지, 고객에게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돈을 받았는지, 입금된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가 판단 요소가 된다.
A씨는 “저처럼 피해를 보는 사람이 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며 “업체명만 바뀐 채 같은 방식으로 영업이 이어진다면 기존 고객은 어디에서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본지는 해당 업체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