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시신 유기’ 30대 첫 재판서 “사망 예견 못했다”

시신 아직 발견 안 돼…간접증거·사인 입증 변수

 

함께 살던 지인을 폭행한 뒤 숨지게 하고 시신을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 인근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오병희)는 7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성모씨(35)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성씨 측은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사망이라는 결과를 예견하지 못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사체유기와 상해, 절도, 주민등록법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혐의는 모두 인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성씨는 지난 1월 14일 오후 3시34분께 서울 강북구 자택에서 함께 살던 피해자 이모씨를 폭행한 뒤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피해자가 목 부위 압박으로 인한 질식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성씨는 범행 직후 자택 지하주차장에서 렌터카 뒷좌석으로 피해자의 시신을 옮긴 뒤 경기 양평군 용담대교 인근 남한강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현재까지 피해자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재판에서는 피해자의 사망 사실과 사인, 성씨의 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살인의 고의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단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있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살인 사건에서 시신 발견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간접증거를 종합해 피해자의 사망과 피고인의 범행이 인정되면 유죄 판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이 살인을 부인하는 경우 피해자가 실제 사망했는지, 그 사망이 피고인의 행위로 발생했는지가 더 엄격하게 다퉈질 수 있다.

 

이 사건처럼 목을 조른 행위가 문제 되는 경우 살인의 고의는 압박의 강도와 지속 시간, 피해자의 반응, 피고인이 행위를 중단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된다.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기 위해 반드시 계획적 살해 의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행위로 사망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나 위험성을 인식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반면 검찰이 살인의 고의까지 입증하지 못하면 사안에 따라 상해치사 등으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성씨가 범행 전에도 피해자를 여러 차례 폭행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성씨는 지난해 12월 26일과 28일, 지난 1월 13일 피해자의 얼굴과 몸 등을 폭행해 상해를 입힌 혐의도 받는다.

 

또 성씨는 피해자를 숨지게 한 뒤 피해자의 휴대전화와 주민등록증을 가져간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명의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유심을 개통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은 성씨가 범행 당일 서울 강북구에서 경기 양평군 용담대교 일대를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약 179㎞ 구간을 무면허 상태로 운전했다고 밝혔다.

 

이날 성씨는 황토색 반소매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부 요청에 따라 마스크를 벗고 인정신문에 응했다.

 

성씨 측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지배를 받을 정도의 상태는 아니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변호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의사에 지배될 정도의 지적 상태는 아니었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분노의 대상으로 삼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성씨 측이 일부 증거 사용에 동의하지 않자 박모씨와 정모씨 등 4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신청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수사기록, 진술서, 감정서 등에 대해 증거 사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해당 자료는 곧바로 유죄 증거로 쓰이기 어렵다. 이 경우 검찰은 작성자나 진술자를 법정에 불러 진술하게 하는 방식 등으로 증거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검찰은 성씨의 재범 위험성이 높다며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도 청구했다. 성씨 측은 기각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9일 오후 3시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피고인신문 기일을 별도로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