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콘서트 취소한 구미시…법원 “1억2500만원 배상”

공연 이틀 전 대관 취소 위법 판단…
김장호 시장 개인 책임은 인정 안 해

 

가수 이승환씨가 경북 구미시의 공연장 대관 취소로 손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법원이 이씨 측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법원은 구미시가 이씨와 소속사, 공연 예매자들에게 총 1억2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13단독 박남준 부장판사는 9일 이씨와 소속사 드림팩토리클럽, 공연 예매자 100명이 구미시와 김장호 구미시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구미시가 이씨에게 3500만원, 드림팩토리클럽에 7500만원, 공연 예매자 100명에게 각 1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김 시장 개인을 상대로 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구미시가 2024년 12월 25일 예정됐던 이승환의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콘서트를 공연 이틀 전 취소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이승환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과 관련해 "탄핵이 되니 좋다. 앞으로 편한 세상이 될 것 같다"고 발언한 이후 구미지역 시민단체들이 공연 반대 집회를 예고했다.

 

이에 구미시는 이씨 측에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약서 작성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이씨가 서명을 거부하자 구미시는 공연을 이틀 앞두고 대관 취소를 결정했다.

 

법조계에서는 공공시설 대관을 취소하려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인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 우려가 있었다면 대관 취소에 앞서 경비 강화, 관객 동선 분리, 집회 장소 조정 등 덜 침해적인 조치가 가능한지 검토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대관 유지의 조건처럼 요구했다면, 이는 공공시설 이용을 매개로 예술가의 표현을 제한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공연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서 대관을 취소하면 가수와 기획사, 예매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법원이 구미시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도 대관 취소의 사유와 절차, 서약서 요구의 성격, 안전조치 검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김 시장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됐다.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별도로 단체장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개인의 구체적인 위법행위, 고의·과실, 손해와의 인과관계가 따로 인정돼야 한다.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선고 뒤 “재판부는 일방적 공연 취소의 위법성, 서약서 강요의 불법성,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구미시의 무책임을 모두 인정했다”며 “음악인의 양심과 예술의 자유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씨 측 변호인도 “한국 사회 표현의 자유와 공연의 자유에 중요한 기준점을 세운 판결”이라며 “김 시장 개인의 책임을 묻기 위해 항소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