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자격이 없는데도 사망 사건 재조사를 해주겠다며 유족에게 접근해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7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는 피해자들의 절박한 심리를 악용한 ‘가짜 법률 조력’ 범죄가 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6단독 유승원 판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74)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하고 284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A씨는 2010년 7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던 형사사법연구소에서 변호사 자격 없이 피해자 B씨의 사건을 맡아 법률 사무 경비 명목으로 284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아들을 폭행 사건으로 잃은 B씨는 수사가 단독 범행으로 종결되자 집단 폭행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의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알게 된 A씨는 “사건을 재조사해 실제 가해자를 밝히고 수사기관의 문제점을 확인하겠다”며 B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는 경비 명목으로 B씨의 신용카드를 받아 모텔·주유소·식당 등에서 30차례 넘게 사용하거나 현금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그는 2016년에도 같은 범행으로 징역 1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판사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가 청탁을 받아 살인범들을 풀어줬다”며 “자신의 행동은 이 같은 범죄를 밝혀내고 피해자를 도운 정의로운 행위로, 형법 제20조상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형법 제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를 정당행위로 규정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은 근거 없는 억측에 불과하다”며 “범행은 정당행위의 요건인 목적의 정당성이나 수단의 상당성 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은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법률 사무를 맡겼을 때 어떤 폐해가 발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피해 규모가 적지 않은 데다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비변호사의 불법 법률 사무 개입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지법 형사6단독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30대 사설탐정 C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C씨는 2022년 의뢰인들에게 “민형사 사건을 수임하고 있다”고 말하며 사건 해결과 소송 지원을 약속한 뒤 440만원을 받고 부하 직원에게 고소장·답변서·탄원서 등을 대신 작성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또 다른 의뢰인에게도 민사소송 관련 증거 수집과 합의, 재판 절차 지원 등을 명목으로 330만원을 받은 뒤 내용증명과 준비서면 등을 대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변호사 사칭 수법은 갈수록 조직적이고 지능화하는 추세다. 투자리딩방 사기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모인 단체대화방에 또 다른 피해자인 척 접근한 뒤 “선임한 변호사를 통해 사기 일당 계좌에 지급정지 신청을 하면 피해금을 빨리 돌려받을 수 있다”며 수임료 명목의 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제 활동 중인 변호사의 사진과 경력을 도용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법무법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피해자들을 속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짜 신분증이나 허위 자격증을 내세워 신뢰를 유도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직역수호센터에 접수된 ‘비변호사의 법률행위 및 변호사 사칭’ 사건은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관련 접수 건수는 2022년부터 올해 3월까지 총 266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2년 7건, 2023년 22건, 2024년 43건, 2025년 177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3월까지 이미 17건이 접수됐다.
고발 건수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변회에 따르면 관련 고발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2건, 2024년 3건에서 지난해 31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3월까지도 3건이 접수됐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한변호사협회 홈페이지의 ‘변호사 검색’이나 ‘나의 변호사’ 서비스를 통해 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직접 사무실을 방문해 대면 상담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