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1. 구속된 상태에서 피해자와 합의하고 싶을 때 피해자 연락처를 모른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나요? 피해자가 연락을 거부하면 방법이 아예 없는 건지 궁금합니다.
A1.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피고인이나 그 가족이 피해자의 연락처를 직접 알아내는 것은 대체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특히 성범죄나 강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연락처 등 개인정보는 더욱 철저하게 보호되는 편입니다.
합의를 시작하기 위한 공식적인 첫 단계는 변호인이 재판부에 ‘피해자 인적 사항 열람·복사 신청’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피고인 측 변호인이 합의를 위해 연락처를 알고 싶어 하는데, 알려주어도 괜찮겠습니까?”라고 의사를 묻습니다.
이때 피해자가 동의해야만 비로소 변호인에게 연락처가 제공되고 합의 논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피해자가 아예 법원의 연락을 안 받거나 거절하는 등의 경우입니다. 이때 무리하게 지인이나 흥신소 등을 통해 연락처를 알아내어 접근하려고 하면 큰일 날 수 있습니다.
자칫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판단되어 오히려 양형상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고, 정도를 넘어서는 경우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개인정보 보호법’ 등 다른 법령에 의해 고소를 당할 위험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완강히 거부한다면 직접적인 합의 시도는 잠시 내려놓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열람·복사 신청 외에 수사기관을 통한 접촉 등 우회적 연락처 확보를 위한 몇 가지 합법적인 방법이 있으니 변호사에게 도움을 받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서도 합의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에는 ‘형사 공탁’ 제도를 대안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 볼 수도 있습니다.
즉, 당사자나 그 가족 등에 의한 연락처 확보나 합의가 당장 막혔다고 해서 모든 길이 닫힌 것은 아니니, 전문가와 상의하여 차선책을 강구하시길 바랍니다.
Q2. 어떤 사람은 “어차피 1심에서 실형이 나오면 2심에서 합의해야 감형 효과가 크다”며 천천히 하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무조건 선고 전인 1심에서 끝내야 구속이 풀린다”고 합니다. 합의를 1심에서 하는 것과 항소심에서 하는 것, 양형이나 구속 해방에 있어 실제 어떤 차이가 있나요?
A2. 이른바 ‘카더라’식으로 떠도는 이야기들 때문에 더 혼란스러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은 결국 사건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1심에서 집행유예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는 사안이라면 가능한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고, 반대로 처음부터 2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하는 사건이라면 합의서 제출 시기 역시 전략적으로 조절하는 편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또 이러한 판단은 단순히 사안 자체의 경중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마련 가능한 합의금 규모, 자금 마련 시점 등의 현실적인 요소들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당장 준비할 수 있는 금액이 너무 부족하여 원활한 합의가 이루어질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면, 1심에서 힘을 과도하게 쓰기보다 이후 절차까지 고려해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지나치게 큰 금액을 요구할 경우, 불구속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적인 사정도 고려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계속 매달리기만 하면 금액을 줄이기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땐 2심에서 피해자의 심리 변화를 기대해 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합의를 안 한다고 하면 더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던 피해자도, 2심 단계에 이르면 ‘돈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판단해 오히려 합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피해자와의 합의 시점은 다양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므로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사안이어도 피고인의 개별 사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에 여러 가능성을 검토해 볼 것을 권유드립니다.
Q3. 피해자가 합의금으로 감당할 수 없는 거액을 요구하며 합의해 주지 않겠다고 할 경우, '형사공탁'을 진행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공탁만 하는 것이 실제 판결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고 싶습니다.
A3. 먼저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경우 대안으로 ‘형사 공탁’ 제도를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모르면 공탁 자체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사건 번호만으로도 가능해지면서 활용 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다만 2025년부터는 이 형사 공탁 제도에 아주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는 점을 꼭 유의해야 합니다. 기존에는 선고 직전에 공탁금을 맡겨 피해자가 의견을 밝힐 기회가 없는 이른바 ‘기습 공탁’이 가능했으나,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제도가 변경되었습니다.
현재는 피고인이 공탁을 신청하면, 법원과 검찰은 반드시 피해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공탁금에 대한 피해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즉 피해자가 “나는 이 돈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고, 피고인이 형량을 줄이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니 엄벌에 처해달라”는 식으로 명확하게 의견을 밝힐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예전처럼 선고 전날 갑자기 돈을 맡기고 감형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공탁금을 찾아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공탁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공탁은 피해자가 돈을 수령했는지 여부를 떠나,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경제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현실적인 노력’을 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됩니다.
정리하면, 2025년 제도 변경된 취지에 따라 피해자가 공탁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를 판사님이 훨씬 더 비중 있게 살피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피해자가 계속해서 엄벌 의사를 강력하게 유지한다면 공탁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당장은 수령을 거절하더라도 피고인의 진정성 있는 노력과 공탁 금액이 사안에 비추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면, 여전히 중요한 양형 참작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공탁이 피해자의 온전한 용서가 담긴 ‘합의’와 완전히 같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합의가 결렬된 절망적인 상황에서 공탁은 피고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공식적인 차선책입니다.
무작정 포기하기보다는 강화된 피해자 의견 청취 절차를 고려하여 본인의 경제적 상황에 맞는 적정 공탁금을 산정하고, 진심 어린 반성문을 함께 제출하여 재판부에 진정성을 보여주는 방안을 권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