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늘었는데…실형보다 많은 집행유예?

집행유예 57%…실형비율 웃돌아
디지털 성범죄 10년새 4배 급증

 

14세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고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집행유예 비율이 실형보다 높아 처벌 실효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박광서 판사)는 미성년자의제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25)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다만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 명령은 유지됐다.

 

A씨는 지난해 7월 경남 창원시 의창구 자택에서 당시 14세였던 B양을 간음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피해자를 상대로 수차례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사강간을 저지른 혐의도 받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범행의 중대성을 고려해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A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성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범행했다”며 “성착취물 제작 범죄는 사회적 해악이 크고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될 위험성도 있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와 법정대리인에게 합의금을 지급했고 추가 지급도 약속한 점 △약 8개월간 구금 상태에서 반성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 측이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사건의 최종심 선고 결과를 보면 집행유예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5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추세 및 동향 분석’에 따르면 최종심 선고 결과는 집행유예가 57.1%로 가장 많았고, 징역형은 37.3%, 벌금형은 4.7%로 집계됐다.

 

평균 유기징역 형량은 44.9개월이었다. 범죄 유형별 평균 형량은 강간 55.1개월, 유사강간 54.4개월, 성착취물 범죄 48.7개월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디지털 성범죄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2024년 디지털 성범죄로 신상정보 등록 처분을 받은 인원은 1049명으로, 2015년보다 약 4배 늘었다.

 

2024년 기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가해자는 3927명, 피해자는 5072명으로 집계됐다.

 

가해자의 평균 연령은 33.2세였으며, 19세 미만 가해자는 452명(11.5%)이었다. 피해자의 평균 연령은 13.9세였고, 전체 피해자의 24.9%는 13세 미만이었다. 또 피해자의 91.5%는 여성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보면 ‘가족·친척 외 아는 사람’이 65.3%로 가장 많았다.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알게 된 사람에게 피해를 입은 비율도 38.1%에 달했다.

 

접촉 경로는 채팅앱·오픈채팅이 42.5%로 가장 많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33.6%, 메신저 7.6%가 뒤를 이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피해 회복이 쉽지 않고 디지털 성착취물은 유포 위험 때문에 피해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별개로 범행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엄정한 양형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온라인 기반 성범죄는 접근성과 익명성이 높아 범죄 확산 속도가 빠른 만큼 초기 수사 단계부터 신속한 증거 확보와 피해 영상물 차단 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