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피의자 장윤기(23)가 살해 전 교제를 요구하던 여성에게 거절당하고 범행을 계획했으나 해당 여성을 발견하지 못해 여고생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14일 살인·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장윤기를 검찰에 구속 송치하면서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밝혔다. 경찰은 장윤기에게 살인예비 혐의도 추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윤기는 범행 이틀 전인 지난 3일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외국인 여성 A씨에게 교제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이후 A씨를 협박했고 관련 스토킹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A씨는 장윤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식 사건 접수를 하지 않은 채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고 다음 날인 4일 해당 지역 경찰서에 장윤기를 스토킹과 성폭력 혐의로 정식 고소했다.
장윤기는 지난 3일 오후 5시 21분쯤 흉기 2점을 구입하고 A씨가 이사한 사실을 모른 채 광주 첨단지구 일대를 약 30시간 동안 배회했다.
장윤기가 경찰 조사에서 “범행 이틀 전부터 흉기를 들고 돌아다녔다”고 진술한 내용과도 부합한다.
경찰은 장윤기가 스토킹 신고 사실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범행 전 자신의 휴대전화를 버렸다. 경찰은 장윤기가 경찰의 경고 문자를 인지한 상태에서 위치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버린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계획범죄로 판단한 이유는 범행 전후 정황에 있다.
장윤기는 범행 이틀 전 흉기를 미리 구입했고 범행 당시 사용한 흉기 외에도 체포 당시 포장을 뜯지 않은 흉기 1점을 추가로 소지하고 있었다. 경찰은 이 흉기가 A씨를 살해하기 위해 남겨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장윤기는 특정인을 찾아 장시간 배회했다. A씨를 찾지 못하자 범행 대상을 바꿔 혼자 걷던 여고생을 미행한 뒤 차량으로 동선을 앞질러 범행했다.
경찰은 이 과정이 우발적인 다툼이나 순간적 충동이 아니라 대상 선택과 접근, 실행으로 이어진 범행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범행 후 행동도 계획성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장윤기는 차량과 흉기를 버리고 손을 씻었다. 혈흔이 묻은 옷은 무인 세탁소에서 세탁했다. 경찰은 이를 도주와 증거인멸 시도로 보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계획성은 범행도구를 미리 준비했는지, 범행 대상을 찾거나 미행했는지, 범행 후 증거를 없애려 했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된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이상동기 범죄가 아니라 계획적 강력범죄로 본 것도 이 같은 정황 때문이다.
장윤기는 A씨를 끝내 찾지 못하자 범행 대상을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 5일 0시쯤 혼자 걷던 여고생 B양(17)을 약 15분 동안 미행했다.
이후 차량으로 B양의 예상 동선을 앞질러 이동한 뒤 0시 11분쯤 흉기로 B양을 살해했다. B양을 도우려던 C군(17)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했다.
장윤기는 경찰 조사에서 여고생을 범행 대상으로 고른 경위에 대해 “피해자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이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당시 상황상 성별을 구분할 수 있었고 장윤기가 피해자를 일정 시간 미행한 점도 고려됐다.
경찰은 장윤기가 A씨를 찾지 못한 뒤 불특정 인물을 상대로 범행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다시 범행 대상을 고르고 따라간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
범행 직후 장윤기는 자신의 차량과 택시 등을 이용해 도주했다. 그는 손을 씻고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차량을 버렸다. 이후 무인 세탁소에서 혈흔이 묻은 옷을 세탁하는 등 증거를 없애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장윤기는 세탁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누워 있거나 담배를 피웠다. 지인의 이사 준비를 돕다가 빈 원룸에 들어가 쉬기도 했다. 경찰은 이러한 행동을 범행 직후 공황 상태에 빠진 모습이라기보다 자신의 행위가 드러나지 않도록 정리하고 이동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장윤기는 버린 휴대전화에 대해 “자살을 결심해 삶에 미련이 남을까 봐 버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장윤기가 스토킹 신고와 경찰 경고 문자를 알고 있었던 점, 범행 뒤 과거 사용하던 공기계로 인터넷에 접속한 점 등을 근거로 위치추적을 피하려 한 행동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이상동기 범죄가 아니라 범행 대상과 장소를 선택하고 사전에 준비한 계획적 강력범죄”라며 “범행 후 은폐 행위까지 종합하면 목적성과 계획성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장윤기의 스토킹과 성폭력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