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사정으로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해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은 피고인과 가족들이 감사의 뜻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구속된 가족의 재판을 지켜본 가족들이 국선변호인에게 고마움을 느끼거나 사건 진행 과정에서 조금 더 신경 써주길 바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국선변호인에게 현금이나 상품권을 건네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선변호인은 피고인이나 가족이 직접 선임료를 지급하는 사선변호인과 달리 법원이 정한 절차에 따라 선정된다. 보수 역시 국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지급된다. 형사재판에서 국선변호인의 보수와 일당 등은 관련 법령과 규칙에 따라 산정된다.
피고인이나 가족이 별도로 현금 봉투를 건넬 경우 단순한 감사 표시였더라도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사건이 계속 중인 상황이라면 추가 보수인지, 더 적극적인 변론을 기대한 돈인지, 재판부나 수사기관과 관련한 청탁 비용으로 오해될 여지는 없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재판·수사기관 공무원에게 제공하거나 그 공무원과 교제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는 행위 등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사건과 관련된 말이나 정황이 결합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과일이나 음료처럼 통상적인 범위의 단순한 감사 표시까지 곧바로 위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건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현금, 상품권, 고가 물품을 전달하는 것은 변호인과 피고인 측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국선변호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면 말이나 편지로 표현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하다. 변호사가 정중히 거절할 가능성도 크다. 국선 사건은 원칙적으로 피고인 측이 별도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고민은 국선변호인의 도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피고인과 가족들의 불안감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선변호인을 선임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국선변호인의 조력이 사실상 유일한 방어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 가족들은 “국선변호인이 충분히 신경 써주지 않으면 어쩌나”, “감사 표시라도 해야 더 성실히 봐주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런 불안이 개별 피고인이나 가족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본다.
국선변호인들이 맡는 사건은 늘고 있지만 보수와 처우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국선변호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원행정처가 정한 일반 국선변호인의 기본 보수는 사건당 55만원 수준이다. 국선전담변호사의 보수도 장기간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왔다.
최근 사법연감에 따르면 국선변호인을 선임한 피고인 수는 2020년 12만7232명, 2021년 11만9816명, 2022년 12만2541명, 2023년 13만6792명, 2024년 14만9346명으로 증가했다. 2024년 전체 형사 공판 피고인 34만7292명 가운데 약 43%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셈이다.
사건 수는 늘었지만 국선변호인 보수 인상은 번번이 예산 문제에 막혔다.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일반 국선변호인 기본 보수를 55만원에서 60만원으로 올리고 국선전담변호사 보수와 사무실 운영비를 증액하는 예산안이 논의됐지만 최종 반영되지는 못했다.
피고인과 가족들이 “혹시라도 불성실하게 변론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감사 표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고민하는 현실은 국선변호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선변호는 경제적 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사법 안전망이다. 그러나 제도를 지탱하는 예산과 보수 체계가 충분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당사자와 변호인 모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선변호인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현금 봉투는 변호사에게도 의뢰인에게도 위험한 방식”이라며 “감사는 편지나 말로 전하고 금전적 보상은 국가가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선변호인의 불성실 변론 논란을 개별 변호사의 태도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건 부담, 보수, 예산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며 “국선변호 제도가 제대로 작동해야 경제적 사정 때문에 방어권이 약해지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