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외도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사진 등을 몰래 촬영한 자료라도 민사소송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라고 해서 민사재판에서 곧바로 배척되는 것은 아니며 침해된 사생활의 정도와 증거 확보의 필요성 등을 따져 증거능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A씨가 배우자와 부정한 관계를 맺은 B씨 등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이혼소송이 진행되던 중 배우자의 외도 정황을 확보하기 위해 배우자 차량에 녹음기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배우자와 제3자 사이의 대화를 녹음하고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문자메시지와 사진, 동영상 등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모았다.
소송에서는 이 자료들을 민사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차량에 몰래 설치한 녹음기로 확보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은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봤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또 이를 위반해 취득한 대화 내용은 재판이나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A씨가 배우자와 제3자 사이의 비공개 대화를 몰래 녹음한 만큼 해당 녹음파일과 녹취록은 통신비밀보호법상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배우자 휴대전화 화면을 촬영한 사진 등에 대해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해당 촬영물이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수집된 증거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정보통신망법에는 통신비밀보호법처럼 위법하게 취득한 자료를 재판상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별도 규정이 없다.
민사소송은 형사소송과 달리 위법수집증거를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일반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법관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해 사실을 인정하는 자유심증주의가 적용된다.
대법원은 “민사소송의 구조를 전제로 증거 수집 과정의 위법성이 있더라도 공정한 재판의 실현과 신의성실의 원칙, 사생활과 인격적 이익의 보호, 실체적 진실 발견의 필요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배우자의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자료를 확보한 측면이 있고 부정행위를 입증할 필요성도 있었다”며 “촬영이 동거 중인 주거지 안에서 이뤄진 점, 부정행위 관련 분쟁의 성격상 사생활에 관한 내용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다른 적법한 방법으로 부정행위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았던 사정도 있다”며 휴대전화 촬영 사진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B씨 등의 상고를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