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집행순서변경, 교정시설 사전 판단에 신청 제한 논란...최종 판단은 검사

신청 제한 시 대리인이 관할 검찰청에 직접 신청 가능


교정시설 단계서 신청 제한 논란


형집행순서변경 신청을 두고 교정시설 현장에서 담당자가 먼저 허가 가능성을 판단해 접수를 제한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 판단 권한은 검사에게 있지만 교정시설 담당자가 허가 가능성을 먼저 따져 신청 자체를 받아주지 않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집행순서변경은 두 개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가 중한 형의 집행을 일시 정지하고 다른 형을 먼저 집행받도록 하는 제도다. 형사소송법 제462조와 ‘자유형 등에 관한 검찰집행사무규칙’ 등에 근거를 둔다.

 

형사소송법 제462조는 “2 이상의 형의 집행은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과료와 몰수 외에는 그 중한 형을 먼저 집행한다”고 규정한다. 원칙적으로 무거운 형부터 집행한다는 의미다.

 

다만 같은 조 단서는 “검사는 소속장관의 허가를 얻어 중한 형의 집행을 정지하고 다른 형의 집행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문제는 이 예외 절차가 검찰에 신청되기 전 교정시설 내부 판단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관련 지침에 따르면 소장은 두 개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중한 형을 먼저 집행 중인 수형자가 가석방 혜택 등을 이유로 형집행순서변경을 신청한 경우 관할 검찰청에 신청할 수 있다.

 

반면 최근 1년 동안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치 이상의 징벌을 받은 경우 등 일정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관할 검찰청에 신청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검찰 지침도 형집행순서변경 허가 여부 판단 기준을 두고 있다. 관할 검찰청 검사는 교정시설의 장으로부터 수형자에 대한 형집행순서변경 신청을 받은 경우 원칙적으로 이를 허가하되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불허할 수 있다.

 

불허 사유로는 집행 중인 형의 집행률이 형기의 3분의 1을 지나지 않은 경우, 재판 계속 중인 추가 사건이 있는 경우, 최근 1년 동안 금치 이상의 징벌을 받은 경우, 고액 벌금 미납자가 벌금 납부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 등이 있다.

 

검사의 불허 결정 이후 사정 변경 없이 다시 신청한 경우도 고려 대상이다. 범죄 내용과 수형 태도, 가석방 필요성 등을 고려해 형집행순서를 변경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이는 경우에도 불허할 수 있다.

 

다만 검찰 지침은 형집행순서변경 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 제도의 취지와 기본권 보장 이념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검사가 직접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도 필요한 경우 교정시설의 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제도상 최종 판단 권한은 검사에게 있지만 실제 절차에서는 교정시설의 1차 판단이 신청 단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검 “고액 벌금 수형자 신청 제한 지시 없어”


교정시설 현장에서는 “벌금이 많아 어렵다”, “가석방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담당자가 신청 접수를 받아 주지 않거나 관할 검찰청 신청 절차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더시사법률>이 대검찰청에 확인한 결과 검찰은 교정기관에 고액 벌금 수형자의 형집행순서변경 신청을 제한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각 검찰청은 형집행순서변경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사안별로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교정시설이 관할 검찰청에 형집행순서변경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뒤 행정소송이 제기된 사례도 있다.

 

2020년 대구지방법원은 형집행순서변경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소를 각하했다.

 

원고는 사기죄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안동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벌금형에 대한 노역장유치를 먼저 집행해 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교도소장은 원고가 최근 1년 안에 금치 7일의 징벌을 받은 사실이 있다며 관할 검찰청에 형집행순서변경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원고는 이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교도소장의 통보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보지 않았다. 형집행순서변경 권한은 수용시설 소재지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에게 있고 수형자가 교도소장에게 검찰청 신청을 요구할 법규상 권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법원은 수형자가 교정시설 내부 지침과 관계없이 관할 검찰청 검사에게 직접 형집행순서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신청 제한 시 사유·직접 신청 절차 안내 필요


법조계에서는 교정시설의 1차 검토는 필요하지만 그 판단이 수형자의 절차 이용을 사실상 제한하는 근거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교정시설이 관할 검찰청에 신청하지 않기로 판단한 경우에는 그 사유를 명확히 알리고 수형자나 가족이 검찰청에 직접 신청할 수 있다는 절차를 안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형집행순서변경은 검사가 최종적으로 판단할 사안인데 현장에서 담당자가 먼저 허가 가능성을 단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면 수형자는 정식 판단을 받아볼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정시설이 검찰에 신청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침은 내부 업무처리 기준이지 수형자의 절차 이용을 막는 근거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며 “신청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그 사유와 직접 신청 가능성을 분명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정시설을 통한 신청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수형자나 가족은 수용시설 소재지 관할 검찰청에 직접 형집행순서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최종 허가 여부는 관할 검찰청 검사가 형집행순서변경 제도의 취지, 수형자의 형 집행 상황, 징벌 전력, 벌금 납부 회피 목적 여부, 가석방 필요성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