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꾼’ 대신 가짜 앱…검거율 떨어지고 미제 11배 폭증

SNS·메신저 리딩방 사기 급증
피해 명확해도 범인 추적 난항

 

유명 주식 전문가를 사칭해 가짜 거래소 사이트로 유인한 뒤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속여 거액의 투자금을 가로채는 ‘투자 리딩방’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기 범죄가 온라인·메신저 기반의 비대면 구조로 재편되면서 검거율은 떨어지고 미제 사건은 급증하는 추세다.

 

18일 울산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직장인 A씨(50대)는 지난 1월 텔레그램에서 유명 주식 전문가를 사칭한 불법 투자 리딩방 광고를 접했다.

 

사기 일당은 주식과 금 투자로 고수익을 거뒀다는 인증 사진을 보여주며 접근했고, A씨는 처음 5000만원을 송금했다.

 

일당은 곧바로 가짜 주식거래소 사이트 링크를 보내 접속을 유도했다. 사이트 화면에 자신이 송금한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한 A씨는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믿고 추가로 5000만원을 이체했다.

 

사기 조직은 원금 1억원이 단기간에 4억5000만원으로 불어난 것처럼 화면을 조작했다. 이어 “수익률 조정을 위해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며 추가 입금을 요구했고, A씨는 7900만원을 더 송금했다.

 

범행은 A씨가 출금을 시도하면서 드러났다. A씨가 지난 2월 화면상 투자금이 6억800만원까지 늘어난 것을 확인하고 수익금 출금을 요청하자 일당은 “세금 문제로 해외 계좌 이체가 필요하니 수수료 1억원을 먼저 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A씨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미 1억7900만원의 피해를 본 뒤였다.

 

실제 사기 범죄는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사기 발생 건수는 23만 1489건, 검거율은 79.5%였다.

 

반면 지난해 사기 사건은 42만 3412건(잠정치)으로 7년 만에 80% 이상 늘었지만, 검거율은 59.5%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관리미제 사건은 7093건에서 8만 839건으로 11배 넘게 증가했다.

 

경찰은 검거율 하락의 배경으로 사기 범죄의 비대면화·조직화·초국가화를 꼽는다. 폰지사기와 보이스피싱, 투자 리딩방 사기처럼 피해자가 스스로 돈을 보내도록 유도하는 구조에서는 피해 사실은 분명해도 범인의 신원과 조직 실체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범죄 조직이 자체 제작한 가짜 거래소 사이트와 투자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범행을 벌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조작된 수익률과 거래 내역을 실시간으로 노출해 피해자가 의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피해자는 출금을 시도하거나 플랫폼이 폐쇄된 뒤에야 사기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상 공간을 기반으로 한 경제범죄 피해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비(非)거래형 사이버 경제범죄 피해액은 7조702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3조3708억원)보다 128.5%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해당 범죄는 9만 8746건 발생했고 건당 피해액은 평균 7800만원에 달했다. 2015년과 비교하면 발생 건수는 316%, 피해액은 5387% 급증했다.

 

범죄 수법도 갈수록 복합화되는 양상이다. 기존 다단계·폰지 사기 구조가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로맨스 스캠(연애빙자형 사기), 가짜 투자 플랫폼, 메신저 기반 리딩방 등이 결합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최근 사기 범죄는 단순 편취를 넘어 신뢰 형성과 심리 조작 과정을 장기간 반복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자체 플랫폼이나 폐쇄형 앱을 이용하는 방식은 처음부터 범행 조직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간에 앱이나 웹사이트가 폐쇄돼 증거가 사라지면 수사기관도 피해 규모와 자금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진다”며 “기술 기반 사기 범죄에 대응할 전문 추적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