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늘어난 나홀로 소송…“권리구제 확대 vs 검증 부실 우려”

‘법률 접근성’ 확대 기대감 확산
법조계 “허위 판례·오정보 위험”

 

최근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던 30대 A씨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답변서와 의견서 초안을 직접 작성했다. 그는 “변호사 선임 비용 부담이 커 AI 도움을 받아 서면을 준비했다”며 “기본적인 법률 구조를 이해하는 데도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른바 ‘나홀로 소송’ 사례가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단순 정보 검색 수준에 머물렀던 AI 활용이 최근에는 소장·답변서 작성, 판례 정리, 법률 상담 보조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일반인의 법률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이 발간한 2025 사법연감을 보면 지난해 전체 민사 사건 78만 6085건 가운데 어느 한쪽이라도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사건은 70만 5567건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약 90% 수준이다. 소액 사건의 경우 나홀로 소송 비율이 평균 80%대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서는 생성형 AI 확산이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이용자들은 챗GPT·제미나이·퍼플렉시티 등을 활용해 소송 절차를 확인하고 필요한 판례와 법률 용어를 정리하며 직접 서면을 작성하고 있다.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비용 부담이나 정보 부족으로 법적 대응 자체를 포기했던 시민들이 AI를 통해 일정 수준의 법률 정보를 확보하면서 권리구제 접근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액 민사사건이나 비교적 단순한 분쟁에서는 AI가 기본적인 법률 안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생성형 AI의 한계와 위험성 역시 함께 제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판례나 사실관계를 사실처럼 제시하는 ‘환각 인용(할루시네이션)’ 현상이다.

 

실제로 2023년 해외에서는 생성형 AI가 허위 판례를 인용한 법률 서면이 연방법원에 제출됐다가 제재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국내에서도 생성형 AI가 잘못된 법률 정보나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제시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사실관계 분석과 증거 판단이 핵심인 소송 실무에서는 AI가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활용할 경우 오히려 법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민사소송은 단순히 법 조항을 찾는 작업이 아니라 어떤 사실관계를 주장하고 어떤 증거를 제출할지를 판단하는 과정이 핵심”이라며 “AI가 실무를 보조하는 역할은 가능하지만 최종 판단과 책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생성형 AI 활용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기술 활용과 함께 검증 체계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AI 활용 자체를 제한하기보다는 허위 정보 가능성을 전제로 교차 검증과 이용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나홀로 소송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법원 내 셀프헬프센터를 운영하며 당사자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국립주법원센터(NCSC)에 따르면 해당 센터는 민사사건 당사자들에게 필수 법률정보와 절차 안내, 기관 연계 서비스를 제공해 재판 준비를 지원하고 있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생성형 AI는 법률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정보 격차를 줄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AI가 제공하는 정보가 항상 정확하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최종 검증 책임은 결국 사용자와 전문가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활용 범위는 계속 확대되겠지만 환각 현상과 오정보 위험 역시 함께 관리해야 한다”며 “기술 발전과 별개로 사실 확인과 법률 검토 과정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