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은 교도소의 역할이다. 최근 교정행정에서는 단순 수용과 관리에 그치지 않고 수용자의 변화와 사회 복귀 준비까지 함께 고민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유일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공동체 기반 교정 모델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12일 찾은 경기 여주시 북내면 소망교도소는 일반 교정시설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관리동 보안검색대를 지나 철문 안으로 들어서자 붉은 벽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수용동 외벽에는 ‘소망교도소는 사람을 살리는 공동체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운동장에서는 수용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운동을 하고 있었고, 건물 주변에서는 교도관과 수용자들이 함께 조경 작업을 하고 있었다. 복도와 공용 공간 역시 비교적 친근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소망교도소는 2010년 12월 문을 연 국내 유일 민영교도소다. 기독교계 재단법인 아가페가 법무부로부터 교정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올해 개소 16주년을 맞았다.
수용자들 사이에서는 공동체 중심 운영 방식의 교정시설로 알려져 있다. 결원이 발생하면 국영교정시설 수용자 가운데 심사를 거쳐 선발한다. 최근에는 ‘음주 뺑소니’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유명 트로트 가수가 이송된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번호 대신 이름…공동체 중심 운영
소망교도소는 수용자를 번호 대신 이름으로 부른다. 공동식당에서 자율적으로 배식과 식사를 하고, 문화행사와 교육 프로그램에도 함께 참여하는 점도 특징이다. 교정의 목적을 단순 처벌이 아닌 회복과 사회 복귀에 두고 있다고 교도소 측은 강조했다.
특히 수용자를 단순 관리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주체로 바라본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교육과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 자율성과 참여를 강조하고, 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교정시설 안에서의 생활 역시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게 교도소 측의 운영 방향이다.
생활관 역시 폐쇄적인 분위기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건축 단계부터 채광과 통풍이 원활하도록 구조를 설계했고, 생활동 사이에는 개방형 이동 공간과 휴게 공간도 배치했다. 건물 주변 화단과 산책로에는 수용자들이 직접 가꾼 화단과 조경 시설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 식사는 세 끼 모두 공동식당에서 실시하고 있었다.
시설 내부에는 수용자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안에는 금속공예와 서예, 그림 작품 등이 전시돼 있었고, 일부 작품은 교도작업과 연계해 제작된 결과물이라고 교도소 측은 소개했다.
다만 운영 방식이 단순히 ‘자율’이나 ‘완화된 통제’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공동체 질서를 반복적으로 어기거나 생활 태도가 불량한 경우 자치 중심 생활구역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자율성을 보장하는 대신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요구하는 구조다.
일정한 입소 기준도 있다. 형기 7년 이하, 잔여 형기 1년 이상, 전과 2범 이하, 20세 이상 60세 미만 남성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조직폭력·마약류 사범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무부 심사와 소망교도소 자체 면접 절차도 거쳐야 한다.
공동체 회복에 초점 맞춘 단계별 교육
소망교도소는 회복적 사법 철학을 운영 전반에 반영하고 있다. 신입 수용자부터 출소 예정자까지 단계별 교육 과정을 운영하며 공동체 회복과 사회 적응을 지원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A·B·C 코스로 구성된 회복교육 과정이다.
신입 수용자를 대상으로 한 ‘A코스(Agape School)’는 총 12주 과정으로 운영된다. 적응 교육과 자기 성찰 프로그램을 비롯해 가족 초청 수료식, 사회 복귀 설계 과정 등이 포함된다.
A코스를 이수한 수용자는 선택형 심화 과정인 ‘B코스(Born-Again School)’에 참여할 수 있다. 약 6개월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피해자 공감 교육을 중심으로 인문학 특강과 중독 이해 교육, 음악·미술 치유, 자기 성찰 프로그램과 영성심화교육 등이 이어진다.
소망교도소에서 생활 중인 한 수용자는 “다양한 종교집회와 문화행사,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점이 특징”이라며 “회복적 정의나 비폭력 대화 같은 교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단계인 ‘C코스(Community School)’에서는 공동체 안에서 변화된 삶을 실천하며 사회 복귀를 준비한다. 직원과 수용자 간 멘토링인 ‘하트링’, 외부 자원봉사자 연계 프로그램, 사회 적응 훈련, 취업 연계 프로그램 등이 운영된다.
가족관계 회복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소망 아버지학교와 가족만남의 집, 가족 초청 교육수료식, 가족사랑캠프 등을 통해 수용자와 가족 간 관계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교도소 측은 가족관계 회복 역시 사회 적응을 위한 중요한 과정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매주 화요일 오후 3시가 되면 교도소 강당에서는 정기 문화행사인 ‘화요문화행사’가 열린다. 이날 방문 당시에도 행사에 앞서 외부 공연팀의 오케스트라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단원들은 바이올린과 첼로, 관악기 합주를 맞춰보며 공연 준비에 집중했고, 객석 주변에서는 음향 점검과 무대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바리스타·제과·이미용…출소 뒤 생업 연결
이날 교도소 내부 교육장에서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용자들은 바리스타와 제과, 이미용, 산업설비 분야 교육에 참여하며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었다.
금속공예와 인테리어 타일, 천막 제작, 전국 최초의 스마트팜 등 교도작업도 함께 이뤄진다. 출소 이후 취업과 연계 가능한 기술 습득에 중점을 둔 과정들이다.
작업장에서는 보호장비를 착용한 수용자들이 각자 맡은 공정을 수행하고 있었다. 일부는 금속 부품을 연마하거나 조립 작업을 이어갔고, 작업대 주변에는 완성된 공예품과 제작 도구들이 정리돼 있었다.
교도소 측은 직업훈련과 교도작업을 사회 복귀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부 수용자는 출소 이후 취업과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교육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출소 후 안정적인 사회정착을 위해 취업 업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직원과 함께하는 출소자 동행면접, 출소 후 취업 연계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직접 취업 알선을 통해 올해에만 12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조명희 사회복귀과장은 “소망교도소는 사회복귀 준비를 입소 시부터 설계하고 지원하고 있다”며 “교정시설 안에서의 생활이 사회와 단절된 시간이 아니라 다시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최우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