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저는 사문서위조 및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입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핵심 증거로 채택된 계약서상의 제 서명은 위조된 것입니다.
당시 재판에서도 그 서명은 제가 한 게 아니라고 계속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해자 측 진술과 정황 증거를 근거로 제가 직접 서명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복역 중 알게 된 건데, 필적 감정이라는 게 있어서 서명의 진위를 과학적으로 가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1심과 2심 모두 필적 감정 없이 진술과 정황만으로 유죄가 확정된 건데, 지금이라도 필적 감정을 통해 서명이 위조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건가요? 아니면 감정 결과 외에 추가로 입증해야 할 것들이 있는 건가요?
또 재심이라는 게 어떤 경우에 가능한 건지 기본적인 요건부터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재심 청구라는 걸 수감 중에도 진행할 수 있는 건지, 비용이나 절차가 어떻게 되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아울러 형이 확정되고 나서 시간이 꽤 지났는데 재심 청구에 기간 제한 같은 게 있는 건지, 이런 사건을 제대로 다투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건지 실무적인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성헌 박보영 변호사입니다. 질문하신 내용을 보면, 귀하께서는 사문서위조 및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인 상태로 보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유죄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된 계약서상 서명이 본인의 것이 아니라고 계속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해자 측 진술과 여러 정황 증거를 종합해 귀하가 직접 서명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후 복역 중 필적 감정이라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지금이라도 감정을 통해 서명이 위조되었다는 점이 확인되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지 문의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형사사건에서 재심이란 이미 확정된 유죄판결에 중대한 사실인정의 오류가 있는 경우, 판결을 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 그 확정판결을 다시 다투는 예외적인 구제절차를 말합니다. 일반적인 항소나 상고와 달리 재심은 판결이 확정된 뒤에 문제 삼는 절차이기 때문에 요건이 매우 엄격합니다.
재심 절차는 크게 두 단계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재심개시절차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곧바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법원이 재심을 열어도 되는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재심 사유가 인정되면 재심개시결정이 내려지고, 그때부터 두 번째 단계인 재심심판절차로 넘어갑니다. 재심심판절차에서는 기존 사건을 다시 심리하게 되며, 그 과정은 일반 형사재판과 유사하게 진행됩니다.
따라서 재심을 청구한다고 해서 곧바로 다시 재판이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형사소송법이 정한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소명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유죄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 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중 제420조 제1호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해 위조 또는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귀하의 사안에 적용해 보면, 원판결에서 증거로 사용된 계약서의 서명이 위조되었다는 점이 단순한 주장이나 감정의견을 넘어 확정판결로 증명된다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호에 따른 재심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 서명을 위조한 사람이 별도 형사사건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는 등 계약서 또는 서명 부분의 위조 사실이 확정판결로 확인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필적 감정 결과만으로 곧바로 재심이 개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필적 감정은 서명의 진위 여부를 다투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지만,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호가 요구하는 것은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 또는 변조가 증명된 경우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사설 감정기관이나 전문가 감정에서 “서명이 본인의 필적과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사정만으로는 제1호 재심 사유가 바로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한편 말씀하신 사안의 경우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도 문제 될 수 있는데,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재심개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증거의 신규성은 판결 당시 법원에 현출될 수 없었고 피고인에게도 판결 확정 이후에 증거가 새롭게 발견된 것을 의미하고, 증거의 명백성은 그 증거의 가치가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은 증거보다 논리와 경험의 법칙상 객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보이는 증거의 존재를 의미하는데, 대법원은 이와 같은 증거의 신규성과 명백성이 모두 갖춰질 것을 재심사유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 사안의 경우 원판결의 증거가 된 계약서는 이미 원판결에서 판단이 이루어진 상태로 확인됩니다. 따라서 원판결의 증거가 된 계약서의 서명 위조 여부만으로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의한 재심청구는 제한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또 귀하는 위와 같이 재심의 청구 요건에 관한 질의에 더하여 재심 청구의 기간 제한 등에 관하여도 질의하셨습니다.
수감 중에도 재심 청구는 가능합니다. 본인이 직접 재심청구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할 수도 있고, 가족이나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재심청구서는 원판결을 한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며, 청구서에는 재심을 구하는 판결, 재심 사유, 새로 제출하는 증거, 그 증거가 왜 재심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재심 청구에는 일반적인 항소기간이나 상고기간과 같은 제한은 없습니다. 유죄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은 수감 중에도, 형 집행이 종료된 뒤에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판결을 받은 사람이 사망한 뒤에도 일정한 사람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재심 청구 자체가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