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들어와놓고 집을 착각했다?”…무단침입 뒤 귀금속 사라졌다면

전문가 “현장 보존과 CCTV 원본 확보가 우선”

 

충남 금산군의 한 주택에 부동산 중개인이 무단으로 들어간 정황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는 가족들이 모두 외출한 사이 낯선 남성이 집 안에 들어왔고, 이후 안방 화장대에 보관해 둔 귀금속까지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1일 JTBC ‘사건반장’에는 한 남성이 주택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이 담긴 제보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남성은 휴대전화로 집 외부를 촬영하며 주변을 살폈다. 그는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를 여러 차례 눌렀다. 문이 열리지 않자 자리를 뜨는 듯했지만, 잠시 뒤 집 안에서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피해자 A씨는 이 남성이 부동산 중개인이라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3월 일요일 가족들이 모두 외출한 사이 발생했다. A씨는 “중개인이 집 외부를 30분 넘게 촬영하며 돌아다녔다”며 “이후 창문을 강제로 떼어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남성이 집 안에 머문 시간은 약 10분가량이었다는 게 A씨 측 설명이다.

 

중개인은 인근 빈집을 보러 왔다가 집을 착각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씨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빈집과 자신의 집은 외관상 전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옆집은 10년 넘게 비어 있던 단층 주택인 반면 A씨의 집은 2층 복층 구조라는 것이다.

 

주거침입죄는 단순히 남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갔는지만 보는 범죄가 아니다.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방식으로 들어갔다면 성립할 수 있다.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집을 잘못 찾았다는 해명이 항상 면책 사유가 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주소를 착각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으며, 출입 방식도 통상적이었다면 고의가 다투어질 수 있다.

 

그러나 도어락 비밀번호를 여러 차례 눌러보거나 창문을 강제로 떼어내고 들어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문을 열 수 있는 정상적인 권한이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내부로 들어가려 한 정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적어도 “남의 집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들어갔다는 미필적 고의가 문제 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주거침입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집을 착각했다’는 사후 해명이 아니라 출입 당시의 객관적 행위”라며 “도어락 비밀번호를 반복해서 누르고 창문을 떼어내는 방식으로 들어갔다면 일반적인 착오 출입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말 착각이었다면 통상 초인종을 누르거나 소유자·중개 의뢰인에게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을 것”이라며 “잠금장치를 우회하거나 창문을 강제로 개방했다면 주거의 평온을 침해한 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중개인이 다녀간 뒤 안방 화장대에 보관해 둔 목걸이와 팔찌 등 귀금속 8돈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피해 금액은 시가 약 800만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다만 귀금속 분실과 중개인의 침입 사이의 관련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침입 사실이 곧바로 절도 혐의 입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재물을 가져갔는지와 불법영득의사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

 

배 변호사는 “주거침입과 절도는 별개의 범죄”라며 “침입 이후 귀금속이 사라졌다는 사정은 중요한 정황이 될 수 있지만, 절도죄로 처벌하려면 침입자의 동선, 귀금속 보관 위치, 마지막 확인 시점, 다른 출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 입장에서는 귀금속을 언제 마지막으로 확인했는지, 평소 어디에 보관했는지, 침입자가 접근할 수 있는 위치였는지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장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건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한 뒤 집 안을 정리하거나 창문·문손잡이를 만지면 지문이나 흔적이 훼손될 수 있다.

 

배 변호사는 “우선 112에 신고하고 침입 경로로 의심되는 창문, 현관, 도어락 주변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야 한다”며 “홈캠, CCTV,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있다면 원본을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어락 비밀번호 입력 기록이나 통화 내역, 부동산 중개인과의 문자 메시지도 수사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며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침입 전후의 시간대별 정황과 피해 물품 내역을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