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 수사관이 피의자의 전과 사실을 사건관계인에게 언급했더라도 추가 피해를 막고 수사 협조를 구하기 위한 범위였다면 인권침해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전과는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하지만 수사 목적과 필요성이 인정되고 상대방과 내용이 제한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정당한 업무 수행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지난 3월 검찰 수사관 A씨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낸 권고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혐의를 받던 B씨 사건의 주임 수사관이었다. B씨는 2022년 3월 인권위에 “A씨가 사건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전과 사실을 알리고 강압적으로 수사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강압 수사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전과 사실을 언급한 부분은 문제라고 봤다.
인권위는 A씨가 근무하던 지청의 지청장에게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전과 사실이 부당하게 누설되지 않도록 A씨에게 주의 조치를 하고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A씨는 이에 인권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에서 자신의 발언이 단순한 사생활 공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B씨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고 사건관계자들도 B씨의 말을 믿고 수사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설명했다는 취지였다.
A씨는 “B씨가 다수의 사기 범죄로 수감됐다가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사기 혐의와 관련된 토지를 매입할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사정을 알려준 것일 뿐”이라며 “공익적 목적에서 이뤄진 정당한 업무 수행이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B씨가 “곧 잔금을 완납하고 피해자와 합의할 것”이라며 출석을 거부했다고 봤다.
또 B씨의 행위로 경제적 피해가 계속 확대될 우려가 있었음에도 주요 참고인들은 B씨의 약정만 믿고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A씨가 사건관계자에게 B씨의 전과 사실을 언급한 것은 피의자의 사생활을 불필요하게 공개한 행위가 아니라 B씨의 자금조달능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추가 피해를 막고 수사 협조를 구하기 위한 행위였다고 봤다.
재판부는 “수사를 위해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며 “당시 사건관계자에게 B씨의 전과 사실을 언급한 것은 수사 및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불가피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전과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로 분류된다. 원칙적으로 엄격하게 보호돼야 하고 수사기관이라고 해서 외부에 말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도 범죄경력 자료의 조회와 관리를 제한하고 조회 내용의 누설을 금지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도 피의자나 사건관계인의 명예와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전과 언급 자체만으로 곧바로 위법 또는 인권침해라고 보지는 않았다.
법원은 누설 금지 규정도 수사 목적과 무관하거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공개를 금지하는 취지로 해석했다.
즉 전과를 말했다는 사실보다 왜 말했는지, 누구에게 말했는지, 어느 정도로 말했는지, 다른 방법으로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