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야 할 자리에 사람이 없다”…수용동 인력난 호소
해남교도소와 안양교도소에서 수용자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교정시설의 수용자 관리 체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장 교도관들은 수용자 과밀과 보안 인력 부족이 겹치면서 교정시설의 일상적인 관리 체계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고 호소하고 있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안양교도소에서는 20대 여성 틱톡커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은 50대 수형자 A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앞서 해남교도소에서도 광주 ‘세 모녀 살해 사건’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 중이던 40대 수형자와 30대 마약사범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교정 현장에서는 이 같은 사망 사고가 단순한 개별 사고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용자 과밀과 보안 인력 부족이 장기간 누적된 상황에서 사고 위험을 사전에 포착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 수용자는 6만3600여명으로 수용 정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체 교도관은 1만5500여명 규모지만, 이 가운데 수용자를 직접 관리·감독하는 보안 인력은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으로는 교도관 1명이 수용자 4명가량을 맡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수용동을 담당하는 보안과 교도관 1명이 평균 50명 안팎의 수용자를 관리하는 셈이다.
여기에 각종 태스크포스와 행정 지원 업무, 비현장 부서로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수용동 근무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교정 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자리에 사람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교정 현장 "조직 확대보다 현장 개편 먼저"
이런 가운데 최근 교정직 전·현직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정직 보여주기 쇼 좀 그만했으면’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교정악대, 심리치료, 호신술, 각종 교육 등 소장이나 청장 앞에서 보여주기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교정조직이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조직이 됐으면 한다”고 적었다.
이어 “기본적인 근무 여건이 충족된 뒤 부가적인 업무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상적으로 근무했음에도 사고가 발생한 뒤 복장이나 장비 착용 여부만 문제 삼는 방식은 현장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수용자를 직접 관리하는 교도관에게 심리치료 업무까지 형식적으로 맡기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며 “전문 인력도 쉽지 않은 심리치료 업무를 교도관에게 떠넘기면서 정작 수용동을 지켜야 할 인력은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에는 현직자로 보이는 이용자들의 댓글도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교정청 독립 논의에 앞서 본부 차원의 인사와 조직 운영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현장의 문제를 반복해서 보고받고도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업무와 행정상 요구되는 업무 사이의 괴리가 크다”며 “형식적 행정보다 기본부터 충족해야 한다. 조직 확대보다 현장 중심의 개편이 먼저”라고 토로했다.
현장 대응에 필요한 장비와 사용 기준을 문제 삼는 의견도 나왔다.
한 이용자는 “특정 부서 운영 예산보다 현장 교정장비를 개선하는 데 예산을 써야 한다”며 “장비 보강은 사고 대응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적었다.
이는 보여주기식 사업이나 비현장 조직 확대에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는 동안 정작 수용동에서 사고를 막고 대응해야 할 기본 장비와 사용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비까지 노후하거나 부족하면 사고 징후를 발견하고도 신속하게 개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또한 장비가 있어도 사용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사후 책임 부담이 크면 적극적인 대응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한 20대 교도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수형자를 통제하면서 수갑, 교도봉 등 교정장비 사용 규정이 복잡해 매일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장비를 제때 쓰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용 이후 수형자의 진정이나 고소를 걱정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2024년 교정장비 사용과 직무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한 국가 보상, 법적 지원 등을 담은 ‘교도관 직무집행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법무부 훈령에 머물던 교도관 직무 범위와 장비 사용 기준을 법률로 정해 직무 수행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후 관련 논의는 뚜렷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 현직 교도관은 “잇단 수용자 사망 사고를 계기로 교정당국이 사고 이후 조사와 문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수용자를 마주하는 현장의 인력, 권한, 장비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여주기식 사업이나 조직 확대보다 수용동 근무 인력 확충, 장비 사용 기준 정비, 현장 교도관 보호 장치 마련이 먼저”라며 “교정시설의 안전은 행정 지표가 아니라 현장에서 수용자를 직접 마주하는 교도관들이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