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장치 부착 명령 대상자에게 재범 방지와 성행 교정을 위한 준수사항을 부과하고 이를 어길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의2 제1항 제6호 등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일부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A씨는 성폭력 범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17년 재범 위험성을 이유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심야 외출 금지, 음주 금지 등 준수사항도 함께 부과했다.
이후 A씨는 준수사항을 두 차례 위반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2022년 준수사항은 ‘매일 0시부터 오전 5시까지 외출하지 말 것’,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음주하지 말고 보호관찰관의 불시 음주 측정 지시에 따를 것’ 등으로 변경됐다.
A씨는 2024년에도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두 차례 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전자장치 부착 명령 대상자에게 특정 시간대 외출 제한이나 재범 방지·성행 교정을 위해 필요한 준수사항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하도록 한 조항 등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전자장치부착법은 법원이 부착 명령을 선고할 때 야간 등 특정 시간대 외출 제한, 특정지역·장소 출입 금지, 주거지역 제한, 피해자 등 특정인에 대한 접근 금지, 치료프로그램 이수, 마약 등 중독성 물질 사용 금지 등을 준수사항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또 법원은 이와 별도로 ‘그 밖에 재범 방지와 성행 교정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준수사항으로 정할 수 있다.
현행법상 이 일반조항은 제9조의2 제1항 제6호에 규정돼 있다. 과거에는 같은 내용이 제5호에 있었지만 이후 ‘마약 등 중독성 물질 사용 금지’가 별도 조항으로 신설되면서 제6호로 이동했다.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위반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A씨는 ‘재범 방지와 성행 교정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이라는 문구가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지 예측하기 어렵고, 이를 어겼다는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준수사항의 내용은 개별 사안의 특성과 특정 범죄자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그 유형을 미리 예측해 법률에 구체적·서술적으로 모두 열거하는 것은 입법 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범 방지와 성행 교정은 형사정책과 사법 영역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온 개념”이라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준수사항의 유형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준수사항 위반을 형사처벌하도록 한 조항도 합헌으로 봤다.
헌재는 “준수사항을 위반한 행위는 특정 범죄자의 교정과 재사회화를 저해하고 재범 위험이 현실화하는 징후로 평가될 수 있다”며 “과태료 등 행정적 제재만 부과할 경우 제도의 목적 자체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준수사항은 사회 규범 준수를 전제로 한 최소한의 행동 기준”이라며 “그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은 특정 범죄자가 책임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하기 위한 규범 순응의 훈련이자 교정 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보호관찰 대상자와 전자장치 부착 명령 대상자를 달리 취급해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보호관찰이 범죄인의 사회 복귀를 촉진하고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 반면,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재범 방지를 통해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려는 성격이 더 강하다고 봤다.
두 대상자를 동일한 비교 집단으로 보기 어렵고, 제재 수단을 달리 정한 데도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취지다.
다만 헌재는 특정 시간대 외출 제한 조항과 부칙 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각하했다. A씨가 재판을 받은 혐의는 음주 금지 및 음주 측정 관련 준수사항 위반이었고, 외출 제한 조항이나 부칙 조항은 해당 형사재판에 직접 적용되지 않아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