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 주요 스타벅스 현장 가보니…온라인 불매 확산에도 매장엔 주문 줄

사과문 붙은 반환대 옆으로 커피 주문 줄
온라인 불매 인증과 달리 소비 발길 계속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 문구를 사용한 스타벅스코리아 마케팅 논란이 온라인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타벅스 텀블러를 부수거나 매장 이용을 중단하겠다는 인증 글이 잇따르고 있다

 

논란 직후 스타벅스가 행사를 중단하고 사과했지만,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상처를 마케팅 문구로 건드렸다는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휴일인 24일 오후 서울 시내 스타벅스 주요 매장 3곳을 직접 돌아보니, 온라인에서 번지는 불매 분위기와 달리 매장 안은 평소 주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문대 앞에는 손님들이 줄을 섰고 일부 매장 좌석은 상당수 채워져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매장 음식물 반환대 위에 놓인 사과문이었다.

 

사과문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와 함께 매장 직원들은 이번 일과 직접 관련이 없으니 따뜻하게 대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온라인 비판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선 직원들에게 항의가 향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호소로 읽혔다.

 

한 매장에서는 주문대 앞에 6명가량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가 커피 한 잔을 주문하면서 직원에게 “논란 이후 실제 방문객이 줄었느냐”고 묻자 직원은 잠시 웃은 뒤 “그래도 연휴라 많이 찾아주신다”고 답했다.

 

 

북한산 전경을 볼 수 있어 평소에도 방문객이 많은 한 매장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층 좌석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1층에서 음료를 산 뒤 2층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온라인에서는 앱 삭제와 쿠폰 사용 중단 인증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평소 주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소비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매장 방문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방문객은 기자에게 “문구 자체는 부적절했다고 본다”면서도 “평소 이용하던 매장이라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불쾌한 감정은 있지만 커피를 마시는 것까지 바로 끊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온라인 불매운동이 즉각적인 오프라인 매출 감소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스타벅스가 국내 소비자의 일상에 깊게 들어와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카카오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17일까지 카카오톡 선물하기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이용 횟수는 약 1억8950만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약 54만개의 선물이 오간 셈인데, 이 가운데 최고 인기 선물 교환권은 전년에 이어 스타벅스 상품권이었다.

 

스타벅스 상품권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교환권 부문에서 2019년 이후 1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 이후인 지난 22일 오전 기준으로도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페 교환권 카테고리에서 스타벅스 상품은 상위권에 올라 있었다.

 

이미 선물받은 쿠폰이나 금액권을 보유한 소비자는 불매 의사가 있더라도 당장 매장 이용을 끊기 어렵다.

 

생일과 감사, 답례 선물로 오간 스타벅스 교환권이 많다는 점도 소비 흐름을 한순간에 바꾸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과거 불매운동 사례를 보면 기업 이미지 타격이 매출에 직접 반영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소비가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에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이후 매장 수를 줄이고 수익성과 효율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실적 회복에 나섰고, 최근에는 국내 매출 1조원대 회복 사례로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번 스타벅스 사태는 단순한 제품 불만이나 가격 논란과는 성격이 다르다.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상처와 국민적 감정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브랜드 신뢰 훼손의 폭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매운동이 장기화할지는 결국 스타벅스가 어떤 방식으로 후속 조치를 이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대표 해임과 사과만으로 사태가 끝났다고 보기 어렵고, 재발 방지 대책과 내부 검증 체계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온라인 여론은 언제든 다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5·18 유공자 등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스타벅스 마케팅 담당자 등을 모욕과 5·18 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관련 사건은 경찰에 접수돼 수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