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회삿돈으로 슈퍼카 사적사용은 탈세”...고가 법인차 정조준

고가 법인차 사적 사용 정황 확인 땐 세무조사
취득·운행·비용 처리 내역까지 정밀 검증
법인 명의 슈퍼카 가족 외출·골프에 사용

 

임광현 국세청장이 법인 명의로 고가 차량을 구입한 뒤 사주 일가가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관행에 대해 세무조사를 예고했다. 회사 명의로 슈퍼카를 사들인 뒤 가족 외출이나 골프, 유흥업소 방문 등에 사용하면서 관련 비용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하는 행위를 정조준한 것이다.

 

임 청장은 25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현재 고가 법인차량의 취득·운행·비용 처리 내역 등을 철저히 분석·검증하고 있다”며 “사주 일가의 사적 유용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엄정하게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자산가들이 수억원대 슈퍼카를 회사 명의로 구입한 뒤 가족 외출, 골프, 유흥업소 방문 등에 사적으로 사용하고 이를 회사 비용으로 처리해 세금을 탈루해 왔다”며 “개인 돈으로 굴려야 할 차량을 회삿돈으로 사서 비용 처리하는 것은 그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고가 법인차량의 사적 유용 논란이 이어지자 2020년 관련 세무조사를 벌인 데 이어 8000만원 이상 법인 업무용 승용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 시행 이후 1억원 이상 법인 명의 신규 등록 차량은 2023년 5만1542대에서 2024년 3만3960대로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3만9429대로 늘었다.

 

국세청은 이를 단순한 차량 등록 변화로 보지 않고 있다. 고가 법인차량을 둘러싼 사적 사용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신호로 보고 취득 단계부터 운행 내역, 비용 처리 방식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임 청장은 “법인 자금으로 1대당 수십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한정판 슈퍼카를 구입하거나 수십 대의 고가 차량을 법인 명의로 사들여 사주 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과거의 행태가 완전히 시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오히려 연두색 번호판이 기업체를 보유한 자산가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법인 명의 차량이라고 해서 관련 비용이 모두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법인세법상 업무용승용차 관련 비용은 실제 업무에 사용된 범위 안에서만 손금으로 인정된다. 감가상각비, 임차료, 유류비, 보험료, 수선비, 자동차세, 통행료, 리스이자 등이 비용 처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업무와 무관한 사용분은 비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업무사용비율은 총 주행거리 중 업무용 사용거리가 차지하는 비율로 산정된다. 법인은 차량별 운행기록을 작성해 보관해야 하고, 운행기록이 없거나 부실하면 비용 인정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

 

업무용으로 일부 사용된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업무용승용차별 감가상각비와 임차료 중 감가상각비 상당액에는 연 800만원 한도가 적용된다.

 

수억원대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보유하더라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되는 금액에는 제한이 있는 셈이다.

 

실제 세무조사는 차량 구입 대금뿐 아니라 보험 가입 내역, 운행일지, 주유·정비·통행료 결제 내역, 차량 보관 장소, 실제 이용자, 가족 사용 정황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법인 명의 차량이 업무와 무관한 골프장, 유흥업소, 가족 여행 등에 반복적으로 사용된 정황이 확인되면 사적 유용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사적 유용이 확인되면 법인세 문제를 넘어 대표자나 사주 일가의 소득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업무와 무관한 지출로 판단돼 손금 불산입된 금액은 그 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됐는지에 따라 대표자 상여 등으로 소득처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사적 유용이 확인되면 과세는 법인 차원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업무와 무관한 지출로 판단돼 손금 불산입된 금액은 그 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됐는지에 따라 대표자 상여 등으로 소득처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용승용차 관련 비용을 손금에 산입한 법인은 관련 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이를 제출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제출하면 가산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청장은 법인 명의 슈퍼카 사적 사용을 단순한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탈세 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에서는 회사 차량을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것마저 사적 사용으로 보고 과세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조세 정의 실현뿐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도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편법과 특권을 누리는 일부가 아니라 규칙을 지키는 다수가 존중받는 공정한 사회를 구현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