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난이도 비해 과다”…법무법인 수임료 990만원 반환 확정

약정 보수라도 부당하게 많으면 제한 가능

 

부동산 하자 분쟁을 맡긴 의뢰인에게 민·형사 사건 3건의 수임료로 1870만원을 받은 법무법인이 일부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사건의 성격과 난이도, 실제 처리 경과에 비춰 적정 보수를 넘은 금액은 신의성실의 원칙과 형평에 반한다고 봤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의뢰인 A씨가 한 법무법인과 소속 변호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법무법인이 A씨에게 99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2년 3억6500만원에 매수한 부동산에서 누수와 소음 등 하자가 발생하자 매도인과 공인중개사에게 속아 계약을 체결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는 같은 해 B변호사와 상담한 뒤 매도인을 상대로 한 민사 손해배상 사건과 공인중개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형사 사건을 위임했다.

 

당시 착수금은 민사 사건 550만원, 공인중개사 형사 고소 사건 770만원이었다.

 

이듬해에는 매도인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별도 형사 사건 위임계약을 추가로 맺고 착수금 550만원을 지급했다. A씨가 민사 1건과 형사 2건에 대해 법무법인에 낸 돈은 모두 1870만원이었다.

 

민사 사건에서는 법원이 매도인이 A씨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했고 이 결정은 확정됐다. 다만 매도인이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A씨는 실제로 금액을 회수하지 못했다. 형사 사건에서는 매도인과 공인중개사 모두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이후 A씨는 법무법인 측이 사건을 성실하게 처리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그는 B변호사가 화해권고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가능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고, 두 형사 사건을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었는데도 별도 사건처럼 계약을 체결하게 해 수임료를 추가로 부담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심은 수임료가 과다하다는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 법인이 민사 1건, 형사 2건을 각각 별도로 수임해 1870만원을 지급받은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변호사 보수는 원칙적으로 의뢰인과 변호사가 맺은 약정에 따르지만, 법원은 예외적으로 약정 보수가 사건의 난이도, 처리 경과, 변호사가 들인 노력, 의뢰인이 얻은 이익 등에 비춰 부당하게 많다고 판단되면 적정 범위로 제한할 수 있다고 본다.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는 전문지식과 정보의 차이가 크고 위임계약은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민사 사건과 형사 사건의 사실관계와 증거가 상당 부분 겹친다고 봤다.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누수와 소음 등 하자가 있었는지, 매도인이나 공인중개사가 이를 알고도 숨겼는지가 공통된 쟁점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두 형사 사건 위임계약은 기초 사실이나 증거들이 중복되고 민사 사건에 비해 현저하게 약한 업무로 보인다”며 “사건 처리 경과와 난이도, B변호사가 투입한 노력 등을 고려하면 적정 보수액은 일괄해 800만원이 적정하다”고 밝혔다.

 

이어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적정 보수액은 880만원”이라며 “이를 초과한 990만원은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형사절차를 원한 목적도 함께 고려했다. A씨가 매도인 등에 대한 형사처벌 자체보다 형사절차를 통해 상대방을 압박해 손해배상금을 받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고, 변호사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고 봤다.

 

다만 법무법인 측의 불법행위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무법인 측이 고의나 과실로 A씨를 속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민사 사건에서 3000만원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합의할 의향을 직접 밝혔고, 화해권고결정 이후 돈이 입금되지 않자 법무법인 측이 “압류는 별건이고 법무사 등을 통하는 것이 저렴하다”는 취지로 안내한 점 등이 근거가 됐다.

 

A씨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소액사건심판법상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소액사건은 소송목적의 값이 3000만원 이하인 사건으로,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사유가 제한된다.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헌법·법률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하거나 원심이 대법원 판례와 상반된 판단을 한 경우 등에 한해 상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법무법인이 A씨에게 990만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2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