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내란 사건 항소심 재판부에 잇따라 기피 신청을 내면서 법관 기피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 지연을 위한 전략적 활용이 반복된다는 지적과 함께 지나치게 낮은 인용률로 제도 본연의 공정성 담보 기능이 약화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26일 대법원 법원행정처 등에 따르면 전국 지방법원 형사사건의 재판부 제척·기피·회피 신청 접수 건수는 2020년 247건에서 2024년 405건으로 64%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법원이 기피 신청을 받아들인 사례는 6건에 불과했다. 2020년 5건, 2022년 1건이 전부였고 나머지 연도에는 인용 사례가 없었다.
법관 기피 신청은 피고인이나 검사가 특정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법관을 재판 절차에서 배제해달라고 요구하는 제도다.
형사소송법 제18조 제2항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경우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피 신청이 접수되면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본안 재판 절차는 정지된다.
실제로 김 전 장관 측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 사건에서 재판부 기피 신청과 관할 이전 신청 등을 잇달아 제기했고, 해당 사건은 기소 이후 수개월간 본안 심리가 진행되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 역시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 재판부 기피 신청이 기각된 이후 재항고 의사를 밝히면서 재판 지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현행 기피 제도가 지나치게 엄격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피 신청을 심리하는 주체가 같은 법원 소속 판사들인 만큼 공정성 판단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법원이 기피 신청을 정식 심리 없이 간단히 배척할 수 있는 ‘간이 각하·기각’ 제도가 낮은 인용률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신청을 접수한 법원이나 해당 법관이 직접 간이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최근에는 기피 신청이 헌법소원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는 A씨에 대해 헌법소원 전자접수 시스템 사용을 3개월간 제한했다.
A씨는 “경찰이 불법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감금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지난해에만 헌법소원 308건을 제기했다.
또 자신의 형사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에 대한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관 기피 제도를 규정한 법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A씨가 제기한 308건을 모두 각하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기피 신청 제도는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지만 최근에는 재판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며 “반대로 인용률이 지나치게 낮아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 역시 함께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 지연 목적의 신청은 엄격히 걸러낼 필요가 있지만 실제 공정성 우려가 있는 사안에서는 객관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보완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