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까지 형사재판 현장에서 피고인들이 재판을 고의로 미루기 위해 활용해왔던 '불출석' 전략은 이제 더 이상 통용되지 않게 되었다. 2026년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촉법')' 개정안은 사법 정의를 무력화하던 오랜 편법에 제동을 걸었다.
형사소송법이 피고인의 출석을 원칙으로 삼은 본래 취지는 방어권을 철저히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실제 재판 현장에서 이 원칙은 소송 지연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
민생 범죄 피고인들이 재판에 나오지 않아 피해자들이 수년간 고통받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기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배상명령이라도 받을까 싶어 재판을 방청하러 갔다가 텅 빈 피고인석만 바라보다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 대리를 주로 하는 변호사들은 "피해자가 증인 신문을 하는 날인데 피고인이 나오지 않아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개정안은 이러한 불출석 편법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한 날부터 즉시 시행되며, 시행 당시 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에도 적용된다.
그동안 피고인들이 주로 활용한 방식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다른 사건의 집행유예 기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방식이다. 집행유예 기간 중 확정판결을 받으면 집행유예가 취소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피고인은 일부러 재판을 지연시켰다.
그러나 개정 소촉법은 이러한 시간 벌기를 정면으로 차단한다. 피고인이 1회 이상 공판기일에 출석한 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은 현행 형사소송법 제365조에 따라 2회 연속 불출석이 있어야 궐석재판이 가능했지만, 개정법은 이 요건을 대폭 완화하여 1회 출석 이력만 있으면 그 이후의 불출석에 대해 즉시 궐석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는 재판부 변경 및 합의를 위한 무한 대기다.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불출석 사유에 대한 엄격한 소명이 요구되므로, 이제 막연한 사유만으로는 기일 연기가 허용되지 않는다.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 공시송달에 의한 재판이 가능하지만, 피고인이 공시송달 후 2회차 기일 직전에 연락해 절차를 다시 초기화하는 편법이 반복됐었다.
또한 과거에 법원 출석 이력이 있거나 전화 통화가 가끔 되는 경우에는 소재탐지촉탁 및 불능 보고서 접수 이후에도 공시송달을 할 수 없어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개정법은 이러한 허점을 메워 고의적으로 소환장 수령을 거부하거나 잠적하는 경우에도 사법 정의가 멈추지 않도록 송달 및 재판 절차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셋째는 실형 선고 직전의 ‘잠적’이다. 개정 소촉법에 따라, 피고인이 변론종결기일에 출석하여 선고기일을 고지받은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선고기일에 불출석한 때에는 법원이 피고인 없이 판결을 선고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인 피고인이 선고기일에 돌연 출국해 버릴 경우, 출국금지 조치가 없으면 그대로 미제 사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도망은 형 집행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도주 우려’라는 구속 사유만 더할 뿐이다.
개정법이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은 원칙적으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사기죄와 보이스피싱 등 민생 범죄 사건은 법정형과 무관하게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이제 불출석이라는 편법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법정에 불출석할 경우, 검사의 증거 신청에 제대로 의견을 내기 어렵고 유리한 증인신문 기회도 놓친다.
재판을 지연시키는 태도는 반성 부족이나 사법 절차 경시로 평가될 수도 있다. 이는 집행유예가 가능할 사건도 실형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결정타가 된다.
또한 불출석이 반복되면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할 수 있고, 도주 우려 등 구속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에는 구속영장 발부로 이어질 수 있다.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판결이 선고될 경우 항소기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번 개정안은 '피고인의 출석은 권리인 동시에 반드시 이행해야 할 공적 의무'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제 피고인과 변호인이 택해야 할 길은 명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