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법정형을 높인 조치가 형사재판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절차상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정형 상한이 높아지면서 사기 피고인이 잠적할 경우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하거나 선고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사기·준사기 등 일부 재산범죄의 법정형 상한이 기존 10년 이하 징역에서 20년 이하 징역으로 상향됐다.
사기 범죄를 더 엄하게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재판 절차에서는 피고인의 불출석으로 사건이 장기간 멈출 수 있다는 문제가 나타났다.
법정형이 올라가면서 사기 사건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불출석 재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건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행 소촉법 제23조는 1심 공판절차에서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뒤 6개월이 지나도록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일정한 절차를 거쳐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은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이로인해 기존에는 사기죄의 법정형 상한이 10년 이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이 도주하거나 소환장 수령을 피하더라도 소촉법상 요건을 갖추면 불출석 상태로 1심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을 선고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법정형 상한이 20년으로 높아지면서 사기 사건은 ‘장기 10년 초과 사건’에 포함됐고, 피고인이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 절차가 장기간 멈출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처벌 강화 자체는 사기 범죄의 중대성을 반영한 조치였지만, 절차상으로는 피고인의 불출석을 이용한 재판 지연 가능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형 가능성을 예상한 피고인이 선고기일을 앞두고 연락을 끊거나 주소지를 옮기면 법원은 예정된 기일에 판결을 선고하기 어렵다. 이후 구인장이나 구속영장을 발부하더라도 신병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건은 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는 이런 지연이 형 집행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도 있다.
새로운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되면 기존 집행유예가 취소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피고인이 집행유예 기간이 끝날 때까지 선고와 확정을 늦추려 소환장 수령을 피하거나 소재를 숨기는 방식으로 절차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국회는 최근 소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일정한 민생 범죄에서 피고인이 한 차례 이상 공판기일에 출석한 뒤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나오지 않거나, 변론종결기일에 선고기일을 고지받고도 출석하지 않으면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하거나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사기죄 처벌 강화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이었지만 처벌 수위만 높이고 재판 절차의 빈틈을 방치하면 피해자는 판결을 더 오래 기다리게 된다”며 “이번 소촉법 개정은 법정형 상향 이후 드러난 불출석 재판의 공백을 메우고, 재판 진행 사실을 알고도 법정 출석을 피하는 피고인 때문에 형사절차가 멈추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