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공약도 낯설다"…지방선거 '깜깜이' 논란 여전

1인당 투표용지 7~8장에 달해
정보 부족에 '묻지마 투표' 우려

 

"공보물은 많이 받았는데 정작 누구를 뽑아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6·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이 23.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후보 정보 부족으로 유권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 선거까지 한꺼번에 치러지면서 유권자는 최대 8장의 투표용지를 받지만, 후보의 공약과 자질을 비교·검증하기 어려운 구조 탓에 여전히 '깜깜이 선거'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오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전체 후보자는 7770명이다.

 

세부적으로는 △시·도지사선거 52명 △구·시·군의 장선거 570명 △시·도의회의원선거 1645명 △구·시·군의회의원선거 4387명 △광역의원비례대표선거 347명 △기초의원비례대표선거 664명 △교육감선거 58명 △국회의원선거 47명이 등록했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이 3204명, 국민의힘이 2735명으로 양당 후보만 5939명에 달해 전체 후보자의 76.44%를 차지했다. 무투표 당선자도 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교육감,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선거가 동시에 진행된다. 지역에 따라 유권자는 최대 8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해야 한다.

 

문제는 선거 규모에 비해 유권자가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광역·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전체 후보자의 90.64%인 7043명이 출마했지만 상당수 유권자는 공약과 경력, 자질을 비교·검증할 기회가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서울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한 김모(35)씨는 "공보물을 받아봐도 후보가 너무 많아 누구를 먼저 살펴봐야 할지 막막했다"며 "후보들의 이력과 공약을 비교할 만한 정보가 부족해 결국 정당을 보고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남에 거주하는 최모(26)씨도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선거 기간에 접하는 정보만으로는 후보 간 차이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정책과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공개 토론회나 설명회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교육감 선거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감은 지역 교육 정책과 예산, 학교 운영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리지만 자녀를 둔 학부모를 제외하면 투표 결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유권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2~13일 C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서울시 거주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교육감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없음'(23.8%)과 '잘 모름'(27.7%)을 선택한 응답자는 전체의 51.5%에 달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이 특정 후보를 선택하지 못했거나 판단을 유보한 셈이다. 해당 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이처럼 후보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는 정책과 역량보다 인지도나 이미지, 정당 선호도에 의존하는 이른바 '묻지마 투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주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선거임에도 상당수 유권자가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구조"라며 "후보 수는 많고 선거 종류도 다양하지만 공약과 자질을 충분히 검증할 기회는 제한적이어서 정책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권자가 후보의 경력과 공약, 자질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후보 정보 제공 방식을 개선하는 등 실질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