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투자대행 사기 사건, 편취액 산정과 특경법 적용 기준은?

 

Q1. 안녕하세요. 저는 가상자산 투자 대행을 하다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공소금액이 5억을 넘기면서 특경법이 적용됐는데, 여기서 궁금한 게 있습니다.

 

검찰이 공소금액을 산정할 때 투자자들에게 받은 총액을 기준으로 잡았는데, 저는 그중 상당 부분을 실제로 거래소에서 코인 매매에 사용했고 일부는 수익금으로 돌려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실제 투자에 사용된 금액이나 반환한 금액이 있는 경우에도 피해자에게 받은 총액 전부가 편취액으로 인정되는 건가요?

 

A1.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편취액의 산정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가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1심의 인정된 실질적인 편취액(이하 ‘이득액’)보다 항소심에서 인정된 이득액이 적다면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1. 편취액 산정에 대한 대법원 판례 태도 – 교부받은 금원 전부

 

대법원은 “금원 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서는 기망으로 인한 금원 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써 피해자의 재산침해가 되어 바로 사기죄가 성립하고,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다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다 하여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그 영향이 없다. 그러므로 사기죄에 있어서 그 대가가 일부 지급되거나 담보가 제공된 경우에도 그 편취액은 피해자로부터 교부된 금원으로부터 그 대가 또는 담보 상당액을 공제한 차액이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 전부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도7470 판결 등).

 

2. 사안의 경우

질문자님께서는 투자자들에게 받은 금액 중 상당 부분을 실제 거래소에서 코인 매매에 사용했고, 일부는 수익금으로 돌려주었다고 주장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위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에 비추어 보면, 본 사안의 경우처럼 교부받은 금원 중 상당 부분을 실제 투자에 사용했거나 일부를 수익금으로 돌려주었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총액 자체가 편취액으로 인정됩니다.

 

다만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투자금을 편취한 공소사실에 따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이하 ‘특경법위반(사기)]은 각 피해자별 편취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 적용되는, 소위 포괄일죄 관계에 있는 사기 범행에 적용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5억원 이상을 투자금 명목으로 받아 편취하였더라도, 위 다수인 중 어느 1인도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지급한 사실이 없다면 특경법 위반(사기)이 성립하지 아니합니다.

 

3. 양형 고려 사유

대법원 양형기준 등에 근거하여, 실무상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양형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가. 피해 회복 정도

반환, 변제된 금액이 클수록 유리합니다.

 

나. 실질적 손해액

편취액보다 실질 손해액이 적은 경우 유리합니다.

 

다. 합의 여부

피해자와의 합의가 성립할 경우 유리합니다(‘실질적인 변제(내지 유사한 담보제공)’가 있었는지 여부를 주요 양형 사유로 보면서, 실질적인 변제 없이 단순히 ‘합의 및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경우 양형에 적극 반영하지 않는 사례도 많으니 재판부의 성향에 맞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라. 피해자의 처벌 의사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한 경우 유리합니다(앞서 ‘합의 여부’와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변제’를 전제로 한 처벌불원 의사인지를 살펴보는 사례도 있습니다).

 

Q2. 한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가상자산 특성상 투자금 흐름을 추적하려면 거래소 입출금 내역, 블록체인 지갑 간 전송 기록 등을 분석해야 하는데, 1심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거래소 자료만 증거로 채택되었고 제가 주장한 추가 거래 내역은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상자산은 일반 금융 거래와 달리 탈중앙화 지갑 간 이동이나 디파이 프로토콜을 통한 운용 같은 게 있어서 거래소 내역만으로는 자금 흐름의 전체 그림이 안 나오거든요.

 

항소심에서 블록체인 온체인 데이터를 추가 증거로 제출해서 실제 투자 사용 내역을 소명하는 게 가능한 건가요? 이런 디지털 자산 관련 증거가 법원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어떤 형태로 준비해야 하는 걸까요?

 

A2. 현재 대한민국 법원에 가상자산만을 전문으로 다룰 수 있는 재판부는 없습니다. 이에 피고인이 공소사실에 반대되는 증거들을 적극적으로 수집하여 제출함으로써 재판부의 심증을 최대한 흔들어야 합니다.

 

특히 온체인 데이터의 경우 증거물 수집, 제출뿐 아니라 적극적인 변론을 펼쳐 재판부로 하여금 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증거의 신빙성을 최대한 높여야 합니다.

 

1. 블록체인 온체인 데이터를 추가 증거로 제출하여 투자 사용 내역 소명이 가능한지 여부

블록체인은 그 특성상 CEX 거래소의 내부 거래를 제외(거래소가 직접 관리)하고 모든 거래 내역이 온체인에 기록됩니다.

 

따라서 만약 질문자님께서 CEX에서 외부 전자 지갑(혹은 DEX 거래소)으로 출금하여 특정한 거래 행위를 한 경우, ‘외부 전자 지갑 소유 증명을 위한 캡처 등 자료’, ‘외부 전송 내역’, ‘DEX 예치 내역’, ‘언스테이킹 내역’, ‘피해자들에 대한 수익 명목 토큰 전송 내역’ 등을 적극적으로 수집하여 항소심 법원에 증거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재판부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자료들을 기반으로 일종의 ‘보고서’ 형식의 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국내에는 온체인 지표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몇몇 회사들이 있습니다. 수집된 자료를 위 회사들에 제공하고 재판부가 이해할 수 있을 만한 보고서 작성을 의뢰하여 그 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2. 재판부에 어떠한 방식으로 증거를 현출해야 하는지

피고인은 방어권 행사를 위해 다음 몇 가지 증명 활동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 법원의 전문심리위원 제도 활용

형사소송법 제279조의2에 규정된 제도로, 재판부(법원)가 직권으로 또는 피고인(검사 포함)의 신청에 의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해 소송절차에 참여시키는 제도입니다.

 

나. 감정(鑑定) 신청 및 감정인 신문

피고인은 재판부에 특정 전문 분야에 대한 감정(鑑定)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169조 등).

 

다. 사적 감정서(전문가 의견서) 제출

앞서 언급한 전문 분석 기관에 의뢰하는 방식입니다.

 

라. 전문 증인(감정증인) 신청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을 법정에 증인으로 신청하여 수사기관의 논리나 공소사실의 모순점을 전문가의 입을 통해 밝혀내는 방법입니다.

 

실무상 블록체인 전문심리위원을 소송절차에 참여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통상 피고인이 항소심 재판부에 위와 같은 신청을 할 경우 크게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본 사안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전문성 있는 회사를 통해 ‘보고서’를 제공받아 제출하는 방법이 적절합니다. 다만 재판부에서는 영리 법인이 작성한 보고서에 대한 신빙성에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국내에 블록체인을 전문 분야로 하는 협회나 조합(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기술진흥협회,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등)에 위와 같이 수집한 증거자료를 제공하면서 이에 대한 해당 협회나 조합의 의견을 받아 함께 제출 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