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기초생활수급자 소명자료를 내며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했는데도 변호인 조력을 받지 못한 채 항소심 재판을 받았다면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해 7월 부산 사하구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종아리 상처를 진료받던 중 응급실 시설을 손상하고 응급환자 진료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응급과장에게 “나한테 반말했냐. 개XX 나한테 반말하네”라고 소리치며 주먹으로 응급실 벽을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제지하던 응급과장의 팔꿈치를 잡아당겨 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과거에도 폭력과 음주운전 등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점을 지적하면서 “응급실에서 갖가지 행패를 부려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했다”고 질책했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1심 형이 무겁다고 보고 벌금 600만원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불거졌다.
A씨는 항소심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달라고 청구하면서 자신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상 수급권자라는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빈곤 등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 법원이 피고인의 청구에 따라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경제적 사정 때문에 재판을 받는 사람이 변호인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일을 막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항소심 법원은 A씨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변호인 도움 없이 재판을 받았고, 항소심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절차가 잘못됐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가 수급권자 소명자료를 제출한 이상 빈곤 때문에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국선변호인 선정 결정을 해 국선변호인이 공판심리에 참여하도록 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항소심이 국선변호인 선정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채 변호인 없이 공판을 진행한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관한 법리를 위반한 것”이라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