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변시 5년·5회 제한 합헌…재판관 5명은 “임신·출산 예외 필요”

“응시기회 형평성” vs “직업선택 자유 침해”
출산으로 시험 준비 어려워도 기간 산정 그대로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5년 안에 5차례만 응시할 수 있는 변호사시험 응시 제한 제도가 다시 헌법재판소 문턱을 넘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31일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2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4명의 합헌 의견과 5명의 헌법불합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헌법불합치 의견이 합헌보다 우세했지만 헌법불합치 정족수 6명에 미치지 못하면서 최종적으로 합헌 결론이 나온 것이다.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안에 5회까지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

 

졸업예정자로 시험을 본 경우에는 그 시험일부터 같은 제한이 적용된다. 다만 병역의무 이행 기간은 이 5년의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

 

문제가 된 부분은 예외 사유가 병역의무 이행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청구인들은 임신과 출산으로 시험 준비나 응시가 사실상 어려운 경우에도 응시기간 제한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중 김누리 씨는 2016년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시험에 응시했으나 합격하지 못했고, 이후 두 자녀를 출산했다. 그는 2020년 시험에서도 불합격하면서 이른바 ‘오탈자’가 돼 더 이상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됐다.

 

합헌 의견을 낸 김형두·정경미·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기존 헌재 선례를 유지했다.

 

이들은 병역의무 이행자를 예외로 둔 것은 헌법상 병역의무 이행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한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봤다.

 

재판관들은 “병역 외 사유까지 예외로 확대할 경우 그 범위와 기간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고, 예외 인정이 넓어질수록 응시기회와 합격률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상환·김복형·정계선·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이들은 “임신과 출산이 여성 수험생에게 중대한 신체적·시간적 제약을 가져오는데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현행 규정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봤다.

 

헌법불합치 의견은 헌법상 국가의 모성 보호 의무도 강조했다. 재판관들은 임신과 출산이 개인의 사적 영역에만 머무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 공동체의 유지와도 관련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 변호사시험 준비생 상당수가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거나 경험할 수 있는 연령대에 시험 준비를 하게 되는 만큼, 5번의 응시기회 중 한 번을 상실하는 불이익은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위헌성이 병역의무 이행자에게 예외를 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밖의 불가피한 사유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고 봤다.

 

입법자가 임신과 출산을 응시기간 제한의 예외 사유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번 결정으로 당장 변호사시험 응시 제한 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임신과 출산은 현행법상 5년 응시기간 산정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다만 재판관 9명 중 5명이 제도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국회 입법 논의와 추가 헌법소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청구인 측 대리인 박은선 변호사는 “이번 결정문을 바탕으로 입법 노력을 이어가고, 유엔 진정도 검토하고 있다”며 “임신·출산이나 중병으로 시험장에 갈 수 없었던 사람들의 위헌성은 더 강하게 다퉈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