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인터넷 구인 광고를 보고 단기 심부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택배 전달, 서류 수거, 현금 전달 같은 단순 업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피해금을 인출하거나 범죄 조직에 넘기는 역할일 수 있다고 합니다. 구직자가 이력서, 주민등록증 사본, 계좌번호 등을 제출한 뒤 개인정보를 빌미로 협박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어느 순간부터 범죄로 의심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A.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은 정상적인 아르바이트처럼 보이는 구인 광고를 이용해 인출책이나 전달책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액 단기 알바’, ‘심부름 업무’, ‘현금 수거’, ‘서류 전달’, ‘채권 회수 보조’ 같은 표현을 쓰면서 구직자를 안심시키고, 일정한 면접 절차나 서류 제출을 요구해 마치 정상 업체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실제 업무가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전달받거나, 본인 계좌로 입금된 돈을 현금으로 인출해 제3자에게 넘기는 구조라면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회사 업무라면 직원 개인 계좌로 돈을 받은 뒤 현금으로 인출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게 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행에서 현금을 인출하거나 전달한 사람도 피해금이 범죄 조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관여했다고 봅니다. 단순한 하위 역할이었다고 하더라도 피해 회복이 어려운 범죄 구조에 참여한 이상 가볍게 판단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요한 쟁점은 범죄임을 알고 있었는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고의는 처음부터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체 구조나 총책의 신원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정상적인 업무가 아니고 범죄와 관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했는지가 문제 됩니다.
이때 법원이 보는 개념이 미필적 고의입니다. 정확히 보이스피싱이라고 단정하지 못했더라도 ‘불법적인 돈일 수 있다’, ‘정상적인 회사 업무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현금을 인출하거나 전달했다면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말뿐 아니라 구인 광고 내용, 업무 지시 방식, 연락 수단, 현금 전달 방식, 일당 수준, 반복 횟수, 피고인의 나이와 사회 경험, 이상함을 느낀 뒤의 행동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으로만 지시하거나, 회사 사무실과 담당자를 확인하기 어렵고, 업무 내용에 비해 일당이 지나치게 높다면 위험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업무가 처음에는 물건 전달이었다가 중간에 현금 인출이나 현금 전달로 바뀌었다면 그 시점부터는 범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본인 계좌로 돈이 들어오고 이를 현금으로 인출해 누군가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는 정상적인 아르바이트로 보기 어렵습니다.
개인정보를 빌미로 협박을 받았다는 사정도 실제 사건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다만 협박을 받았다는 말만으로 곧바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협박이 실제로 있었는지, 내용이 구체적이었는지,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협박 이후 추가 행위가 자발적인 이익 추구였는지 등을 함께 보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대화 내용, 통화 기록, 문자·카카오톡·텔레그램 메시지, 계좌 거래 내역, 구인 광고 캡처, 상대방이 보낸 지시 내용 등을 보존해야 합니다.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거나 대화방을 삭제하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수상한 업무라고 느꼈다면 즉시 중단하고 경찰이나 금융기관에 신고해야 합니다. 이미 돈을 전달했거나 계좌를 제공했다면 혼자 판단해 숨기기보다, 어떤 경위로 시작했는지와 언제 이상함을 느꼈는지를 객관적 자료와 함께 설명해야 합니다.
피해금이 크고 전달 행위가 반복됐다면 형사책임이 무겁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피해 회복 여부도 양형에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실제로 받은 돈이 아르바이트비 정도에 불과하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돈이 범죄 조직으로 넘어간 결과가 발생했기 때문에 피해 회복 노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보이스피싱 인출책·전달책 사건은 “몰랐다”는 말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정상 업무라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언제부터 수상함을 인식했는지, 이상함을 느낀 뒤 즉시 중단하거나 신고하려 했는지, 협박이나 압박이 있었는지, 실제 취득한 이익은 얼마인지가 중요합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명의만 빌려주면 된다”, “계좌로 돈을 받아 인출해 달라”, “현금을 받아 지정된 장소에 전달하라”, “업무 내용에 비해 일당이 높다”, “회사 정보가 불분명하다”는 제안을 받으면 보이스피싱 범죄를 의심해야 합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급전이 필요한 청년이나 사회 경험이 적은 구직자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단순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했더라도 허위 업무 지시를 따라 피해금 인출·전달에 관여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발생한 뒤에는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는 해명만으로 책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심되는 순간 멈추고 신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