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시 위자료 2억원’ 혼전계약서, 실제 효력 있을까

혼전계약서도 계약이지만 조항별 효력 따져야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가 예비 신랑으로부터 ‘외도 시 위자료 2억원’을 약정한 혼전계약서를 받고 결혼을 고민한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혼전계약서가 실제 이혼 소송에서 효력을 가질 수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일 방송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는 올가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3년간 교제한 남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던 중 남자친구로부터 혼전계약서가 담긴 서류봉투를 받았다.

 

계약서에는 혼인 기간 중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가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고 위자료 2억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자신을 잠재적 외도자로 보는 것 같다며 거부감을 드러냈지만, 남자친구는 부모의 외도로 인한 어린 시절 상처를 언급하며 “서로를 위한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방송에서 이수근은 “정말 최악이다. 같이 살면 평생 피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장훈도 “조언을 따를 생각이라면 결혼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며 “문제는 계약서 자체보다 ‘사인 한 번 해주는 게 그렇게 어렵냐’는 태도다.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를 대하는 방식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혼전계약서라는 형식만으로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혼인 전 당사자들이 각자의 재산 관리 방식이나 채무 부담, 신뢰 위반 시 책임 등을 정하는 약정은 일정 범위에서 법적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이혼소송에서 계약서에 적힌 내용이 그대로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약정의 내용이 강행규정에 반하는지, 한쪽에게 지나치게 불리한지, 사회질서에 어긋나는지, 당사자가 자유로운 의사로 서명했는지 등을 따져 조항별로 효력을 판단한다.

 

‘외도 시 위자료 2억원’이라는 조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나 위약금 약정으로 볼 여지가 있다.

 

민법은 당사자가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법원이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혼전계약서에 서명했고 혼인 뒤 외도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법원이 2억원 전액을 그대로 인정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원은 혼인 기간, 외도 경위, 혼인 파탄에 미친 영향, 당사자들의 경제력, 실제 손해 정도 등을 종합해 금액이 지나치다고 판단되면 약정액보다 낮은 금액을 인정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혼전계약서도 당사자 사이의 계약인 만큼 일정한 법적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혼인과 이혼에 관한 법률관계는 단순한 금전계약처럼 처리되지 않는다”며 “외도 시 위자료를 정한 조항은 사안에 따라 효력이 인정될 수 있어도 금액이 과도하면 감액될 수 있고, 재산분할청구권을 미리 포기하게 하는 조항은 그대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혼전계약서를 작성하려면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접근하기보다 각자의 재산 상태, 채무, 혼인 중 재산 관리 방식, 신뢰 위반 시 책임을 명확히 정리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법적 안전장치를 두려는 목적이라도 충분한 설명과 자발적 동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오히려 분쟁의 소지가 될수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