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일 서울 송파구 등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선거무효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본투표가 있던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12개, 강남구와 광진구 각 1개 등 14개 투표소에서 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투표용지 부족이 집중된 송파구에서는 전체 유권자의 50% 수준에 해당하는 투표용지만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에 한해 오후 10시까지 투표를 연장했지만, 일부 유권자는 투표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파로 선관위의 투표율 집계도 지연됐다.
같은 날 밤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한 시민들이 투표함 반출을 막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해당 투표함은 오전 9시가 돼서야 개표소로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투표소 주변에 모인 시민들의 해산을 시도하면서 소란이 빚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오전 3시 50분께 "일부 투표소에서 용지가 부족해 해당 투표소에 방문한 국민 여러분의 참정권 행사에 혼란과 불편을 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의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선거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선거무효가 인정되려면 넘어야 할 문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표용지 부족 자체는 선거사무 관리상 중대한 하자로 평가될 수 있지만 그 사정만으로 선거 전체나 일부가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직선거법 제224조는 선거에 관한 규정 위반이 있더라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선거 전부나 일부의 무효 또는 당선무효를 판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선거무효소송에서 선거에 관한 규정 위반과 선거 결과에 대한 영향을 별도로 요구해 왔다.
선거에 관한 규정 위반에는 선관위의 선거사무 관리·집행상 하자뿐 아니라 제3자의 위법행위에 대해 선관위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묵인하거나 방치한 경우도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그 위반이 없었다면 당락에 관해 실제와 다른 결과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인정돼야 한다.
쟁점은 실제로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의 규모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대기 시간이 길어졌거나 현장에서 혼란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몇 명이 투표하지 못했는지, 그 수가 해당 선거의 후보자 간 표차와 비교해 당락을 바꿀 정도였는지가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특히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에게 오후 10시까지 투표 기회가 제공된 점은 선관위 측 방어 논리로 작용할 수 있다.
선관위나 당선인 측은 투표용지 부족으로 혼선이 있었더라도 사후 조치를 통해 실질적인 투표 기회가 보장됐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무효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간 유권자가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 이들이 어느 선거의 선거권자였는지, 해당 선거의 후보자 간 표차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객관 자료로 특정해야 한다.
현장 진술, 대기표 발급 기록, 투표 중단·재개 시각, 투표소별 투표율 변화, 투표함 인계·인수 기록 등도 주요 쟁점 자료가 될 수 있다.
한 고등법원 판사는 “투표 시간이 오후 6시까지인데 그 시간이 지난 뒤 추가 투표용지가 공수됐고, 투표용지는 사전에 작성해 보관해야 하는 절차적 성격도 있다”며 “엄격하고 공정해야 할 선거 과정에서 규정 위반으로 볼 수 있는 문제가 생긴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무효 소송이 곧바로 받아들여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용지 부족을 이유로 한 선거무효는 전례를 찾기 어렵고 쉽게 인정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며 “실제 투표하지 못한 인원과 표차, 투표함 관리 과정의 구체적 하자가 얼마나 입증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