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범위를 벗어나거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휴대전화 포렌식 증거가 재판에서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사진·영상·메신저 대화 등 직접 증거뿐 아니라 이를 토대로 확보된 진술의 증거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휴대전화에는 사건 관련 자료와 사생활 정보가 함께 저장돼 있어 수사기관의 탐색 범위와 절차 통제가 엄격하게 요구된다.
대법원도 전자정보 압수·수색에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탐색 범위를 제한해야 하고, 저장매체나 복제본을 수사기관 사무실로 가져가 분석하는 경우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해 왔다.
최근 부산지법 형사3단독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부산지역 경찰관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4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부산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면서 여성 15명을 상대로 100차례에 걸쳐 나체 사진을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A씨 측은 특정 피해자 관련 내용만 확인하는 것으로 알고 휴대전화를 제출했는데 수사기관이 다른 내용까지 탐색했다며 임의제출 범위를 넘어선 포렌식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서 출석 당시 단순히 서류에 서명하는 절차로 알았지만 조사가 시작됐고 귀가도 제지당했다는 취지로 변호인 조력권과 참여권 침해도 다퉜다.
검찰은 A씨에게 수사 과정 참여 기회가 보장됐고, 탐색 과정에서 범죄 관련 전자정보가 발견된 뒤 별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위법수집증거배제 원칙을 전제로 하면서도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자발적으로 제출한 점, 확보된 촬영물의 촬영 수법과 적용 법조가 동일한 점, 피고인의 성적 기호나 경향성이 발현된 결과로 볼 여지가 커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입증하는 정황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참여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A씨가 약 12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해 수사 절차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봤다.
반면 포렌식 절차 위반이 인정돼 항소심에서 전원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다.
서울고법 제5-2형사부는 지난해 7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B씨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1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들은 서울 강남·서초 일대에서 유흥업소 홍보 전단지를 살포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별건 수사를 거쳐 성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를 근거로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다.
그러나 법원은 휴대전화 원본 압수를 불허하고 청소년보호법 위반 관련 정보에 한해 분석을 허용했는데, 수사기관은 영장 범위를 넘어 허용되지 않은 파일까지 탐색·출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성관계 영상이 발견됐고 수사기관은 이를 근거로 피고인들을 성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영상 자료와 피고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실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제1차 영장에서 압수가 허용되지 않은 휴대전화를 계속 보관한 채 압수 대상 외 파일을 무단으로 탐색·출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후 별도로 제2차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최초 위법 수사의 결과물을 토대로 한 절차에 해당해 위법성이 치유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2차 영장에 따른 분석 과정에서도 피압수자인 피고인들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봤다.
항소심은 디지털 자료뿐 아니라 위법하게 확보된 정보를 토대로 이뤄진 자백 진술과 관련 대화 내용까지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두 사건은 모두 휴대전화 포렌식 절차의 적법성이 문제 됐지만, 법원은 임의제출의 자발성, 탐색 범위, 별도 영장 발부 경위, 참여권 보장 정도 등을 종합해 증거능력을 달리 판단했다.
부산지법 사건에서는 휴대전화 제출의 자발성, 별도 영장 발부, 피고인의 수사 절차 이해 가능성 등이 고려돼 증거능력이 인정됐다.
그러나 서울고법 사건에서는 영장 범위를 벗어난 파일 탐색, 휴대전화 계속 보관, 별건 자료 확보, 참여권 미보장이 중대한 위법으로 평가됐다.
법조계에서는 디지털 포렌식의 위법 여부가 분석 자체가 아니라 임의제출 범위, 참여권 보장, 별건 자료 발견 뒤 조치, 사후 영장 발부 경위 등을 종합해 판단된다고 본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휴대전화 포렌식은 수사에서 강력한 증거가 되지만 그만큼 적법절차가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는 영역”이라며 “동의 범위를 넘어선 분석이나 참여권 미보장, 영장 범위 일탈이 있으면 유죄 판단의 토대가 되는 증거가 통째로 배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절차상 일부 다툼이 있더라도 피의자가 자발적으로 제출했고 권리 침해가 실질적으로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며 “포렌식 위법 주장은 임의제출서, 참여권 고지서, 압수목록, 영장 기재 내용, 분석 시점 등 객관 자료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다퉈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