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눈·굳은살 제거를 위한 냉동응고술은 보험약관상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피부질환 치료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험사가 과거 같은 가입자를 상대로 보험계약 무효 소송을 냈다가 패소 확정됐다면 같은 무효 주장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지만, 약관상 면책조항이 적용되는 경우 보험금 지급 의무는 없다는 취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A씨가 B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 결론을 확정했다.
사건의 쟁점은 B보험사가 과거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다시 보험계약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지와 티눈·굳은살 제거를 위한 냉동응고술이 약관상 피부질환 면책 대상에 포함되는지였다.
A씨는 2016년 7월 질병으로 수술을 받을 경우 수술 1회당 30만원의 질병수술비를 지급받는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약관은 주근깨, 다모, 무모, 백모증, 딸기코, 점, 모반, 사마귀, 여드름, 노화현상으로 인한 탈모 등 피부질환으로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했다.
A씨는 보험 가입 뒤 2016년 9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여러 병원에서 티눈·굳은살 제거를 위한 냉동응고술을 379회 받았다.
이후 B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114회 시술에 대해서만 3493만여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청구는 거절했다.
앞서 B보험사는 2017년 A씨를 상대로 보험계약 무효 확인과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당시 법원은 A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했고, 이 판결은 2020년 2월 확정됐다.
소송에서 A씨는 미지급 보험금 8250만원을 청구했다. B보험사는 보험계약이 무효이거나 티눈·굳은살이 면책 대상 피부질환에 해당한다며 이미 지급한 보험금 3493만여원을 돌려달라는 반소를 냈다.
1·2심은 A씨의 보험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보험사의 반소를 일부 인용해 A씨가 B보험사에 1783만여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원심은 보험계약 자체가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은 순수하게 생명·신체에 대한 우연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다수 보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보험사고를 빙자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과거 소송에서 보험계약 무효 주장이 배척돼 판결이 확정됐더라도, 그 이후 A씨가 냉동응고술을 계속 받고 여러 보험회사에 많은 보험금을 청구·지급받은 사정이 새로 발생했기 때문에 보험사가 다시 무효를 다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부분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확정판결의 주문에 포함된 것에만 미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전소와 후소의 소송물이 동일하지 않더라도 전소에서 한 법률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이 후소의 선결문제가 되거나 모순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전소 확정판결의 판단과 모순되는 주장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전소의 변론종결 뒤에 새로운 사실관계가 발생해 전소와 모순되는 사정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면서도 “그 사정이 기존 사실관계에 대한 새로운 증거자료에 불과한 경우에는 이를 사정변경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티눈·굳은살이 약관에서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피부질환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보험계약 무효 주장은 다시 할 수 없지만, 면책조항이 적용되는 이상 B보험사에 냉동응고술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며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앞서 본 원심 판단의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