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에어컨 설치 시작…교도관들 “우리 근무환경도 봐달라”

일부 사동 우선 설치 두고 형평성 논란…
현직 교도관들 “남자사동·직원 공간 소외”

 

법무부가 올해 약 1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교정시설 냉방설비 보강 사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현직 교도관들 사이에서 “수용자 냉방은 확대되는데 직원 근무환경 개선은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과밀수용에 따른 예산 부담으로 교도관 초과근무수당 지급 지연 논란이 벌어진 데 이어, 이번 냉방설비 보강 사업을 계기로 교정 현장에서는 수용자 처우 개선과 직원 근무환경 개선의 균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더시사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현직 교도관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정시설 냉방설비 설치와 관련한 글과 댓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부 교도관들은 “여자사동에는 이미 에어컨이 설치돼 있거나 설치 예정이고 장비도 들어왔다”는 글을 공유하며 남자사동과 직원 근무공간의 냉방 여건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법무부는 노인·장애인·환자 등 온열질환 취약 수용자가 생활하는 수용동을 중심으로 냉방설비를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에어컨은 해당 수용동의 사동 복도 등에 설치될 예정이며, 일부 여성수용동도 사업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작성자는 “12억원이라는 예산으로 전국 사동 복도에 모두 설치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설치 대상과 우선순위에 의문을 제기했다.

 

교도관들은 사무실보다 수용동 복도와 거실 주변을 오가며 순찰·계호 업무를 하는 시간이 많다. 복도 냉방이 설치되면 해당 사동 근무자도 일정 부분 냉방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냉방설비가 여자사동 등 일부 사동에만 설치되면 같은 교정시설 안에서도 근무 위치에 따라 체감 환경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냉방설비가 설치된 사동 근무자는 순찰 과정에서 냉방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남자사동 등 냉방설비가 없는 공간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기존과 같은 폭염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이용자는 “땀 흘리는 직원은 생각하지 않으면서 교도소에 에어컨을 설치하느냐 마느냐를 논쟁하는 동안 일부 사동 근무자만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며 “법무부가 교도관도 함께 혜택을 본다는 식으로 설명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수용밀도와 시설 여건을 고려하면 여자사동이 우선 설치 대상에 포함된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여자사동이 수용밀도가 더 높다. 예산이 한정돼 있고 먼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면 수용밀도가 높은 곳이 먼저 아니겠느냐”며 “각 교도소에 설치할 때도 수용밀도가 높은 교도소나 구치소부터 설치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교정시설 과밀 문제는 냉방설비 논란의 배경으로도 거론된다.

 

최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549회 ‘과밀지옥’ 편에서는 한 출소자는 8인실에 15명이 함께 생활했고, 잠잘 공간이 부족해 수용자들이 교대로 앉아서 잠을 자는 일까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교도관들은 수용밀도와 온열질환 취약성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 이용자는 “수용밀도를 기준으로 보면 여자사동이 선정된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온열질환 취약자를 기준으로 삼으면서 여자사동을 우선 포함시키는 것은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도관들의 불만은 수용자 냉방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 직원 근무환경 개선이 함께 논의되지 않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데 있다.

 

한 이용자는 “지난해 초과근무수당도 늦게 주더니 에어컨은 무슨 돈으로 설치하느냐”, “직원들은 책상 하나 제대로 없는 근무환경에서 일하는데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교정본부는 과밀수용으로 수용자 급식비, 의료비, 공공요금 등 지출 비용 부족이 심화됐다며 인건비 예산을 이전용했고, 11월과 12월 초과근무수당 지급이 늦어질 수 있다고 일선에 공지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교정본부는 기존 지급일에 맞춰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교도관들 사이에서는 “수용자 관리 부담이 커질수록 직원 처우가 뒤로 밀린다”는 불신이 남았다.

 

한 교정 관계자는 “수용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냉방 대책은 필요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교도관들의 근무환경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교정시설 냉방 문제를 수용자와 직원 중 누가 더 혜택을 보느냐는 식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과밀수용, 노후시설, 인력난을 함께 풀어야 할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