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장관 표창 있으면 형량 줄어들까”…법원 판단은?

공적은 유리한 정상 중 하나일 뿐
피해 회복·재범 방지 노력이 판단 좌우

 

국가유공자 지위나 장관 표창 등 대외 공적이 형사재판과 징계 절차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두고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의 성품과 행실, 범행 전후 정황을 보여주는 양형자료로 제출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형을 낮추는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국가유공자 지위나 훈장·표창 수상 이력 등을 양형자료로 제출하는 경우가 있다.

 

법원은 이를 장기간 성실히 생활해 온 사정이나 사회적 공헌을 보여주는 자료로 살필 수 있다. 다만 범행의 중대성, 피해 정도, 피해 회복 여부, 재범 위험성 등 다른 양형요소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6도 양형기준을 설정할 때 범죄의 유형과 법정형, 범행 동기와 수단, 피해 정도, 피고인의 성품과 행실,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다.

 

실제로 표창 이력이 양형에 참작된 사례도 있다. 2019년 의정부지법은 뇌물요구 혐의로 기소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 B씨에게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B씨는 노인장기요양 신청인의 가족에게 등급판정위원들과의 식사비 명목으로 25만원 상당을 준비해달라고 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1심 형이 무겁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가 29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근무하며 경기도지사 표창 등 여러 상을 받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반면 징계 절차에서는 표창이나 공적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최근 광주지법 제1행정부는 중학교 교사였던 C씨가 광주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C씨는 버스에서 잠든 피해자를 상대로 준유사강간을 저질러 지난 4월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광주시교육청은 형사재판 확정 전 C씨의 비위 행위가 중대하다고 보고 해임 처분을 했다.

 

C씨는 여러 차례 장관 표창을 받은 점과 반성하고 있는 점을 들어 해임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교육공무원 징계양정상 성 관련 비위로 징계 대상이 된 경우 징계를 감경할 수 없다”며 “이 처분은 원고에게 가장 유리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씨가 교원으로서 학생들이 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올바른 성 윤리와 가치관을 교육해야 할 책무가 있는데도 성범죄를 저질러 교원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봤다.

 

형사재판과 징계 절차는 판단 구조가 다르다.

 

형사재판에서는 표창이나 국가유공자 공적이 피고인의 인적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지만, 범행의 중대성이나 피해 회복 여부, 재범 위험성 등을 넘어서는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공무원·교원 징계에서는 공적 감경 제도가 있더라도 성폭력범죄 등 성 관련 비위는 감경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국가유공자 지위 역시 형사처벌을 당연히 가볍게 만드는 사유는 아니다. 일정 범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되면 국가유공자 예우와 보상 적용에서 배제될 수 있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표창장이나 국가유공자 증서는 양형자료로 제출할 수 있지만 재판 결과를 좌우하는 결정적 자료로 보기는 어렵다”며 “법원은 공적의 내용과 기간, 범행과의 관계, 피해 정도, 반성 여부, 피해 회복, 재범 방지 노력을 함께 살핀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범죄나 공직 비위처럼 직무상 신뢰를 훼손한 사건에서는 표창 이력보다 피해 회복과 재범 방지 대책이 더 중요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